한국개발연구원(KDI)이 ‘법인세율 변화가 기업투자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상장기업은 법인세율이 인하될 때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투자를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야당의 법인세 인상안을 예산부수법안에 포함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KDI가 법인세 인상론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KDI 보고서는 2002년부터 2014년까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비금융기업의 재무제표를 바탕으로 법인세 평균세율이 기업 투자율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다. 이 분석에 따르면 법인세 평균 실효세율을 1%포인트 인하할 때 투자율은 0.2%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KDI는 고액배당 등이 방지됐다면 투자효과는 더욱 확대됐을 것이란 추정도 내놨다. 이는 법인세율 인하가 효과가 없다며 법인세율을 다시 인상해야 한다는 야당 주장이 틀렸음을 보여준다.

법인세 인상의 부정적 영향을 경고한 건 비단 KDI만이 아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역시 법인세를 1%포인트 인상하면 실질 GDP는 최대 1.13%포인트 하락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울시립대 분석은 더 구체적이다. 과표 500억원 초과 구간에 법인세율을 3%포인트 인상할 때 투자는 6조3000억~7조7000억원, 일자리는 5만2000~6만4000개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인세 인상이 국제적 인하 경쟁에 역행한다는 점은 둘째로 치자. 야당은 복지를 위해 인상이 필요하다지만 일자리가 날아가면 그게 무슨 소용인가. 또 ‘법인=부자’라는 프레임을 들이대지만 지금 같은 불경기에 법인세 부담을 늘리면 세수는 오히려 줄 것이라는 게 학계의 경고다. 심지어 야당은 여당이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예산을 중앙정부가 떠안는 방안을 받아들이면 법인세율 인상을 추진하지 않을 수 있다는 말까지 흘리고 있다. 도대체 법인세를 정치적 흥정거리로 삼는 나라가 세상에 또 어디에 있나. 야당은 지금이라도 법인세 인상 유보를 호소하는 대한상공회의소, 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단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