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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 연구비 지원, 논문 게재 목표 없앤다"

입력 2016-11-27 20:32:37 | 수정 2016-11-28 03:04:12 | 지면정보 2016-11-28 A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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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00일
조무제 한국연구재단 이사장의 '실험'

단기성과 집착하는 연구로는
창의적인 결과 나올 수 없어

내년 학술지 게재 목표 삭제
기초과학 연구 경쟁력 높일 것
조무제 한국연구재단 이사장은 “내년부터 연구재단에 내는 과제 제안서에서 게재 논문 수와 학술지를 쓰는 성과 목표 항목을 과감히 삭제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연구재단 제공기사 이미지 보기

조무제 한국연구재단 이사장은 “내년부터 연구재단에 내는 과제 제안서에서 게재 논문 수와 학술지를 쓰는 성과 목표 항목을 과감히 삭제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연구재단 제공


내년부터 과학자들이 연구비를 지원받기 위해 정부에 제출하는 연구계획서에서 연구 성과를 발표할 학술지 이름과 논문 게재 횟수를 적는 성과 목표 항목이 사라진다. 과학자들이 당장의 성과에 집착하지 않고 창의성을 발휘한 연구에 집중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오는 30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 조무제 한국연구재단 이사장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연구자의 창의성에 바탕이 되는 자율적인 연구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내년부터 연구재단에 내는 연구계획서 서식에서 연구 성과 목표를 넣는 항목을 빼겠다”고 밝혔다. 연구계획서에서 성과 목표 항목이 빠지는 것은 1980년대 후반 정부가 본격적인 기초 연구를 지원하기 시작한 이래 처음이다.

◆연구 계획서에 목표 성과 없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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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이사장은 “기초 과학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연구성과를 내려면 연구자의 호기심에 바탕을 둔 창의성 있는 연구를 해야 하지만 현재 연구 공모 방식은 당장의 성과를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초연구를 하는 연구자의 자율성을 확대하기 위해 우선 연구비를 지원받을 때 내는 연구계획서 서식부터 간소화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연구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재단에 제출된 연구과제 신청 건수는 2만8398건으로 이 가운데 기초연구는 1만5750건에 이른다. 신진연구자는 물론 중견 연구자들이 연구비를 받기 위해 내는 연구계획서에는 한결같이 연차별 연구 목표에 상위 학술지에 몇 편의 논문 이상을 내겠다는 성과 목표를 내는 항목이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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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계는 이런 연구지원 방식이 과학자가 도전적 연구보다는 당장 성과가 나올 연구나 정부 입맛에 맞는 연구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부작용을 낳는다고 우려하고 있다. 조 이사장도 자율성을 확대해달라는 과학자들의 목소리가 커지는 현상에 주목하고 이를 반영할 방법을 찾는 데 고심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독일의 막스플랑크연구소와 일본 과학기술진흥기구(JST) 등 세계적인 연구기관은 자율성을 바탕으로 연구비를 과학자에게 지원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지만 한국은 아직 그렇지 못하다”며 “연구계획서 서식 간소화가 변화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이사장은 점진적으로 자유공모형 과제를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9월 국내 기초과학자 1498명은 연구자 자율성을 보장하는 자유공모 방식 기초 연구를 늘려야 한다고 청원서를 국회에 냈다. 조 이사장은 이와 관련해 “국내 박사급 연구자 60% 이상이 대학에 있는데 19조원에 이르는 정부 연구개발(R&D) 예산에서 이들에게 투자하는 1조1000억원은 적은 측면이 있다”며 “내년에 1600억원을 추가로 배정하고 2018년 2400억원을 더해 1조5000억원으로 늘리는 등 차츰 개선해나가겠다”고 말했다.

◆한국연구재단 글로벌화 목표

조 이사장은 경상대 총장과 UNIST(울산과학기술원) 초대 총장 시절 교육 혁신가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경상대 총장 시절 지방 국립대 가운데 최초로 선택과 집중을 통해 발전을 도모하는 특성화를 도입했고 국내 대학 중 최초로 영어 전문 기숙사와 여러 과학자가 연구장비를 공동 사용하는 연구장비 공용 시설을 세웠다. 재정이 어려운 지방 국립대에 우수 학자를 유치하기 위해 유력 논문을 쓴 연구자에게 1억원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파격적 제도를 도입하기도 했다. 이런 노력이 쌓인 덕분에 경상대는 올해 톰슨로이터가 발표한 논문 인용 수 세계 1%에 드는 과학자를 네 명이나 배출했다.

그가 이끈 UNIST 역시 2009년 문을 연 이래 7년 만에 세계적인 연구중심 대학으로 자리 잡았다. 그런 측면에서 조 이사장의 다음 실험지는 연구재단이다. 그는 8월 이사장에 취임하면서 “세계 1등 연구를 하는 과학자를 배출하려면 연구재단의 글로벌화가 선행돼야 한다”며 이번에는 ‘5G’를 내세웠다. 재단의 제도와 조직, 평가, 성과, 국제협력 등 5개 분야를 세계화(globalization)하겠다는 뜻이다.

조 이사장은 무엇보다 분명한 전략과 긍정적인 마인드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조 이사장은 취임 다음날 직접 600여명의 프로그램 매니저(PM) 전원에게 당부 이메일을 썼다. “연구재단이 성공하는 연구기관이 되려면 평가가 가장 중요합니다. 무엇보다 PM들이 창의적 연구자와 혁신적 과제를 발굴하는 능력이야말로 재단 경쟁력이자 한국 과학의 경쟁력이라고 봅니다.” 그는 “재단의 글로벌화를 이끌 훌륭한 식견을 갖춘 PM을 초빙할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삼고초려할 마음이 있다”고 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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