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 "빚부터 갚자"…내년 상반기 1조 상환
삼성중공업이 내년 초까지 현금 3조원가량을 확보해 상당수 차입금을 갚을 것으로 보인다. 5조8000억원 규모인 차입금이 내년 1조~2조원 정도 줄어들어 재무구조가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2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최근 1조14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자구안 조기이행 등으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2조원 이상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초에는 주요 헤비테일(인도 때 대부분의 대금을 받는 계약 방식) 프로젝트의 건조대금 입금으로 현금이 3조원대로 늘어날 예정이다.

삼성중공업은 이를 차입금 상환에 사용하기로 했다. 수주절벽이 이어지는 ‘혹한기’의 경영 상황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체력을 만들겠다는 포석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삼성중공업은 이미 내년 만기가 도래하는 6000억원 회사채의 상환자금도 마련해 놨고 내년 초 확보하게 될 현금 3조원으로 상당수 금융권 차입금을 갚는다는 계획”이라며 “차입금 규모가 1조~2조원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만기가 도래한 금융권 여신 2조2000억원 가운데 2조원은 만기를 연장했지만 내년에는 만기 도래 여신 2조3000억원 가운데 상당수를 상환할 전망이다.

삼성중공업이 차입금 줄이기에 나선 것은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차입 여건이 악화될 것에 대비하고 빚 부담을 낮추기 위해서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이 흑자 전환했지만 규모는 840억원으로 미미하다. 이 정도의 영업이익으론 5조8000억원의 차입금에서 나오는 금융비용을 감당하기 힘들다. 이 때문에 빚의 절대규모 자체를 줄이는 것이 더 시급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삼성중공업의 현금흐름이 좋아지게 된 계기는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전기 등 그룹 계열사들이 총동원된 유상증자 덕분이다. 28일 신주를 상장해 유상증자가 마무리되면 삼성중공업의 부채비율은 지난 9월 말 223%에서 180%대로 떨어질 전망이다. 삼성중공업은 자구안에 대해서도 인력감축 부문에서 목표치를 초과 달성해 유동성을 확보했다.

지난 20일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발생한 시추설비(잭업리그) 파손사고는 보험사에서 대부분의 손실을 떠안기로 해 실제 피해액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당초 수백억원의 손실이 예상됐지만 50억원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은 조만간 이탈리아 국영 에너지기업인 ENI와 25억달러 규모의 수주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보여 수주 여건도 개선되고 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