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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리포트] 궁지 몰린 이탈리아 렌치의 '개헌 승부수'…유럽 극우화 물결에 좌초되나

입력 2016-11-27 20:36:50 | 수정 2016-11-28 02:27:47 | 지면정보 2016-11-28 A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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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4일 국민투표

개헌에 총리직 건 렌치
의회 권력 줄이고 행정부 강화
국민투표 통과해야 개혁 탄력

부결되면 브렉시트급 후폭풍
극우 정당 집권 가능성 높아
독일·프랑스 선거에도 영향줄 듯

개헌 반대 앞서지만 부동층 변수
“이탈리아가 포퓰리스트(대중 인기영합주의자)들의 다음 전쟁터가 되고 있다. 이탈리아(개헌 부결)는 영국(유럽연합 탈퇴)과 미국(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이어 넘어갈 ‘도미노’가 될지도 모른다.”

의회 구성 비율을 변경하기 위한 이탈리아 개헌 국민투표를 앞두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탈리아 개헌 부결이 유럽에서 극우 포퓰리즘 정당이 득세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이탈리아는 315명인 상원의원을 100명으로 줄이고, 상원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기 위한 국민투표를 다음달 4일 시행한다. 각종 개혁 법안이 번번이 상원에서 부결되고 있어서다. 2014년부터 집권해 전방위적 개혁을 이끌어온 마테오 렌치 총리(41)는 이번 개헌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총리직을 걸었다.

반대 측이 승리하면 포퓰리즘 성향의 제1야당인 오성(五星)운동과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전진이탈리아당이 득세할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 18일 발표된 4개 여론조사에 따르면 개헌안에 찬성하는 비율은 34~37%, 반대는 41~42%로 나타났다. 부동층은 20%대로 추정됐다. 이탈리아에 국수주의와 보호무역주의 바람이 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렌치 총리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오성운동이 이탈리아를 이끌 수 있는 상황에 처했다”며 “이탈리아 국민은 ‘반대’에 투표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영국의 사례에서 배워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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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 동력 마련하기 위해 개헌 추진

이탈리아 의회는 양원제로 운영된다. 상·하원은 동등한 권한을 가진다. 법안을 시행하려면 양원에서 모두 표결에 부쳐 통과돼야 한다. 이번 개헌안도 렌치 총리가 2014년 집권과 동시에 추진한 끝에 상·하원에서 각각 두 차례 표결을 거쳐 지난 4월에야 처리됐다.

양원제 구조를 채택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21년간 총리를 지낸 베니토 무솔리니에 대한 반감 때문이었다. 독재자가 등장하는 것을 견제하는 이중, 삼중의 장치를 갖추기 위해서다. 양원의 동의가 없으면 법안 통과는 물론 총리 임명도 불가능하다.

의회에 권력이 집중된 결과 남·북부, 상·하원, 좌·우파가 연립을 거듭하며 내각을 구성했지만 결속력이 약해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1946년 이후 70년 동안 내각이 63번이나 교체됐다. 렌치 총리는 집권 3년차에 불과하지만 역대 총리 중 네 번째로 긴 재임기간을 보내고 있다. 이탈리아 상·하원에는 현재 30여개의 정당이 난립한 상태다.

렌치 총리의 재임 3년은 개혁의 연속이었다. 그가 개헌을 추진하는 이유는 상원의 권한을 축소한 뒤 각종 개혁 법안을 통과시켜 정치 효율성을 높이고 정치적 안정을 꾀하기 위해서다. 그는 유력 경쟁자인 마리오 몬티 전 총리의 반대에도 개헌과 선거법 개정을 골자로 한 정치개혁을 추진했다. 해고요건 완화와 재교육·취업 지원을 핵심으로 하는 노동개혁(지난해 3월 의회 통과), 기업의 세금공제 확대 및 감면 등 친기업적 세제 개혁도 진행하고 있다.

렌치 총리의 개혁 드라이브에 이탈리아 경제는 2012~2014년 3년 연속 계속된 마이너스 성장 늪에서 벗어나 지난해 0.8% 성장률을 기록하며 반등했다. FT는 “렌치 총리는 정체된 이탈리아 정치시스템과 굳어버린 경제를 개혁하려는 동력을 상징한다”며 “그의 실패는 곧 개혁 아젠다의 끝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EU 포퓰리즘 부상하는 계기 될 수도

오성운동 등 야당은 개헌 자체 논의보다는 이탈리아 실정에 맞지 않는 포퓰리즘 공약을 내걸고 반대 여론을 이끌고 있다. 렌치 총리가 총리직을 개헌안 통과와 연계하면서 개헌보다는 렌치 총리 자신의 거취에 초점이 맞춰지는 부작용을 낳았다.

이탈리아 실업률은 10~11%, 청년실업률은 37%에 이른다. 청년층과 저소득층은 노동개혁을 추진한 렌치 총리에 대한 거부감으로 개헌 반대쪽 에 쏠리고 있다.

‘유럽의 병자’로 지목된 원인 중 하나인 이탈리아 남부 저개발 문제도 오성운동이 득세한 원인으로 꼽힌다. 남부 이탈리아는 2000년 이후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위기를 유발한 그리스보다 경제성장률이 높았던 적이 없다. 청년실업률은 50%에 달한다.

여기에 렌치 총리가 사하라 사막 이남에서 16만명의 난민을 받아들이기로 하면서 반(反)난민정책을 부르짖는 오성운동과 북부연맹 등에 힘이 실렸다. 남부에서는 개헌 반대 여론이 찬성을 11%포인트 앞서고 있다.

국민투표가 부결되면 렌치 총리는 사퇴하게 되고 내년 조기 총선이 치러진다. 제1야당인 오성운동이 함께 반개헌 운동에 나선 전진이탈리아당이나 극우 성향의 북부연맹과 연립해 집권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개헌 부결에 따른 후폭풍은 단순히 렌치 총리의 사임으로만 끝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다. 유럽연합(EU) 회원국에서 극우 정당이 최근 급부상하는 가운데 내년 네덜란드, 프랑스, 독일 등의 선거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안드레아 몬타니노 애틀랜틱카운슬 국제경제책임자는 “이탈리아 개헌은 유럽에 또 하나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렌치는 극우로 치닫는 유럽 정세에서 ‘닻(버팀목)’과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포퓰리즘 정당의 득세가 유로존 위기로 번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오성운동은 유로화에 반대하고 유로존 채권국에 대한 채무 상환도 거부하고 있다. 10년 만기 이탈리아 국채와 독일 국채 금리 차이는 올초 연 1.0%포인트를 밑도는 수준에서 최근 연 2.0%포인트를 웃돌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지난 7월 GDP 대비 130%를 웃도는 국가부채와 유로존 전체 악성 부채의 40%를 떠안은 은행 문제로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4%에서 1%로 하향 조정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피델리티인터내셔널은 “이탈리아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 반유로화 움직임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며 “(오성운동의 집권으로) 정부 부채는 디폴트 수준으로 떨어지고 유로존 금융 위기가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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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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