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기 '노란 전면점화' 63억…경매 최고가 또 경신
한국 미술시장의 ‘황제주’ 김환기 화백(1913~1974)의 추상화 작품이 국내 미술품 경매 역사를 새로 썼다. 미술품 경매회사 서울옥션이 27일 홍콩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연 경매에서 김 화백이 1970년에 그린 노란색 점화 ‘12-V-70 #172’(236×173㎝·사진)가 4150만홍콩달러(약 63억2626만원)에 낙찰됐다. 이 작품은 지난 6월 K옥션 여름 경매에서 54억원에 팔린 김 화백의 푸른색 점화 ‘무제 27-VII-72 #228’을 제치고 국내 미술품 최고가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최고가 작품은 2007년 5월 45억2000만원에 낙찰된 박수근 화백의 ‘빨래터’였지만 그 사이 김 화백 작품이 네 번이나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현장을 지켜본 이옥경 서울옥션 대표는 “45억원에 경매를 시작해 현장 응찰자와 전화 응찰자 등 네 명이 치열한 경합을 벌이다 63억여원에 현장 컬렉터에게 최종 낙찰됐다”고 전했다. 낙찰자는 아시아 지역 컬렉터로 알려졌다.

◆뉴욕 시절 점화 줄줄이 상한가

김환기 '노란 전면점화' 63억…경매 최고가 또 경신
세로 2.3m, 가로 1.7m 크기의 점화 ‘12-V-70 #172’는 김 화백이 미국 뉴욕 거주 시절 제작한 작품으로, 경매 전부터 최고가 기록 경신 여부가 기대를 모았다. 서울옥션이 경매 전 제시한 이 작품의 추정가는 45억~58억원이었다. 현대인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노란색 점과 획의 패턴으로 표현한 게 특징이다. 빽빽하게 밀집된 점과 획 속에 노란색과 황금색으로 달리하는 색면의 분할은 단조로운 화면에 긴장과 생기를 부여한다.

서울옥션 측은 “김 화백의 전면 점화는 대부분 파란색인데 노란색 작품은 소수만 남아 있다”며 “최고가로 낙찰된 작품은 금성출판사에서 발행한 《한국미술 대표작가 100인 선집》 표지를 장식한 것으로 미술품 경매시장에서는 보기 드문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김 화백 작품이 잇달아 최고가를 경신한 것은 수만개 점으로 구성된 추상화 특유의 조형성이 컬렉터들의 큰 호응을 얻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단색화의 ‘효시’라는 점도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점화값 5년 새 15배 치솟아

김 화백의 그림값이 작년 10월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의 작품은 2011년 11월 1960년대 작품 ‘구성’(127×71.1㎝)이 외국 컬렉터에게 206만홍콩달러(약 3억700만원)에 팔리며 홍콩시장에 데뷔했다. 지난해에는 ‘무제’(48억6750만원), ‘19-Ⅶ-71 209’(47억2100만원), ‘무제 3-V-71 203’(45억6240만원) 등이 홍콩에서 40억원대의 초고가에 팔렸다. 올 들어서도 노란색 점화 ‘12-V-70 #172’와 파란색 점화 ‘무제 27-Ⅶ-72 228’(54억원)이 50억~60억원대에 거래되며 한국 근·현대 미술품 경매 최고가 ‘톱5’를 싹쓸이했다. 박수근의 ‘빨래터’는 6위, 이중섭의 ‘황소’(35억6000만원)는 7위로 밀려났다.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은 “올 들어 김 화백의 점화와 구상화 시리즈는 국내외 시장에서 점당 20억~60억원대에 거래돼 5년 새 최고 15배가량 뛰어올랐다”며 “단색화 시장이 활기를 이어갈 경우 뉴욕 시절 제작한 점화는 100억원을 웃돌며 신(新)고가 기록을 이어갈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