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가 트럼프'의 협상 기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사진)가 애플 포드자동차 캐리어 등 대기업을 1 대 1로 상대하며 미국 내 일자리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트럼프 당선자는 24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에어컨 등 냉난방기기 제조업체) 캐리어가 미국 인디애나주에 남아 있도록 하기 위해 추수감사절인데도 열심히 일하고 있다”며 “진전이 있으니 곧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캐리어 측도 “아직 결정된 것은 없지만 새로운 행정부와 논의하고 있으며 함께 일하기를 기대한다”고 응답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 당선자가 캐리어 측과 공장 잔류에 관한 협상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에어컨시장 점유율이 10%인 캐리어는 올해 초 인디애나 공장을 2019년까지 멕시코 몬테레이로 옮기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로 인해 미국 내 일자리 1400여개가 없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트럼프 당선자가 해외로 이전하려는 기업을 주저앉히거나 미국으로 공장을 옮기도록 한 사례는 알려진 것만 세 건이다. 지난 22일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에게 중국이나 베트남 대신 미국에 공장을 지어달라고 요청했다. 포드자동차의 켄터키 공장을 멕시코로 이전하지 말라는 요구는 이미 받아들여졌다. 포드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링컨MKC 공장 이전 계획을 철회했다.

트럼프 당선자는 미국 노동자의 일자리를 보호하겠다며 미국 대기업을 개별적으로 접촉해 압박하고 있다. 논의 과정에서는 세금 문제를 ‘당근과 채찍’으로 활용한다. 그는 35%인 법인세를 15%로 낮추고 해외 소득을 미국으로 들여올 때 10%만 과세하는 방안 등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기업이 해외에 공장을 지은 뒤 미국으로 수출하면 중과세하겠다는 엄포도 놓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기업들의 잔류가 미국 경제에 대한 기대에서 비롯됐다면 좋은 소식이지만 정치적 투자의 시대를 예고하는 사례라면 나쁜 소식”이라고 지적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