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전기자동차에 대한 보조금 지급과 배터리 업체에 대한 모범규준 인증을 연계하지 않을 것이라고 중국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삼성SDI나 LG화학처럼 모범규준 인증을 통과하지 못한 기업의 배터리를 사용해도 보조금을 주겠다는 것이다.

중국의 자동차 전문매체 뎬처후이는 25일 산업정책을 총괄하는 공업정보화부가 최근 작성한 전기차 보조금 지급 규정 개정안을 입수해 공개했다. 지금까지 중국 정부는 각 전기차가 한번 충전으로 갈 수 있는 최대 거리를 기준으로 보조금을 차등 지급해 왔다.

개정안은 여기서 한 걸음 나아가 에너지 밀도에 따라 다시 보조금을 차별해 주는 게 골자다. 에너지 밀도란 똑같은 부피의 전기차 배터리에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담을 수 있는지를 따지는 지표다.

그동안 자동차 업계에선 중국 정부가 보조금 정책을 개편하면 모범규준 인증을 획득한 업체의 배터리를 사용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할 것이란 얘기가 돌았다. 이에 따라 모두 57개의 중국 배터리 생산업체들이 모범규준 인증을 획득했다.

삼성SDI와 LG화학 역시 모범규준 인증을 받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지난 6월 발표된 4차 심사에서도 탈락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중국 언론에 보도된 개정안 초안에는 모범규준과 보조금을 연계시킨다는 언급이 단 한줄도 없다”고 말했다. 덴처후이도 “이번에 입수한 초안은 더 이상 수정 작업을 하지 않고 국무원에 보고된 뒤 시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그러나 보조금 지급 규정에 따라 보조금을 지급할 구체적인 차종을 공시하는 ‘보조금 지급 차량 목록’에서 중국 정부가 모범규준을 획득하지 않은 업체의 배터리를 사용한 차종은 제외시킬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정부는 올해 2월까지 매월 보조금 지급 차량 목록을 발표해 왔는데 보조금 부정 수령 등의 문제가 불거진 지난 3월 이후 한번도 목록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선 중국 정부가 늦어도 다음달 중에는 새로운 보조금 지급 차량 목록을 발표할 것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12월 보조금 지급 목록에 포함된 차종을 보면 중국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의 방향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