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 후폭풍이 면세점 업계를 뒤흔들고 있다. 야당 의원들이 면세점 선정 과정에 최씨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데 이어 검찰까지 면세점 허가 과정에 대해 칼끝을 겨눴다. 면세점 허가권을 쥔 관세청은 예정대로 다음달 중순까지 3차 면세점 심사를 끝내겠다지만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사업자 선정 일정이 늦춰지거나 아예 백지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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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면세점 선정 코앞인데…SK·롯데 "최순실 의혹 희생양 되나"
◆검찰 칼끝 어디를 겨냥하나

검찰은 24일 SK그룹과 롯데그룹, 기획재정부, 관세청 등 10곳을 압수수색했다. 지난 3월 서울에 시내면세점 4곳(대기업 3곳, 중소기업 1곳)을 더 내기로 한 정부 정책이 ‘롯데와 SK 맞춤용’이 아닌지를 조사하기 위해서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과 SK워커힐면세점은 작년 11월 2차 면세점 선정 때 사업권을 잃었지만, 다음달 추가 특허 심사에선 사업권을 되찾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해왔다.

검찰은 롯데와 SK가 청와대나 기재부 등을 상대로 로비와 대가성 거래를 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이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을 제3자 뇌물죄로 수사할 수 있는 단서를 찾으려 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각각 지난 2월과 3월 박 대통령을 독대한 뒤 K스포츠재단으로부터 추가 지원 요청을 받은 점도 주목하고 있다. 이후 면세점을 추가하는 방안이 일사천리로 추진됐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K스포츠재단 요청에 따라 사회공헌 차원에서 70억원과 추가 금액을 지원한 것으로 시내면세점 사업과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롯데 임원이 당시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던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을 접촉했다는 설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최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면세점 특허와 관련된 그 어느 기업과도 접촉한 사실이 없다”며 “어느 누구도 면세점 승인에 영향력을 미칠 수 없다”고 해명했다.

◆대혼돈에 빠진 면세점업계

다음달 심사를 기다려온 면세점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실지 회복을 노리고 있는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과 워커힐면세점은 “심사 연기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당혹스런 반응을 보였다.

반면 올해 새로 문을 연 신규 면세점들은 심사 일정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검찰 수사를 통해 면세점 사업자 선정 과정에 문제가 없다는 점이 밝혀진 뒤사업자를 선정해도 늦지 않다는 얘기다.

A면세점 관계자는 “면세점 추가 요건에 대한 논란이 있는 상황 속에서 정부가 황급히 면세점을 추가 설치하기로 한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시내면세점을 추가하려면 광역단체별 외국인 관광객이 전년 대비 30만명 이상 증가해야 한다. 하지만 관세청은 작년 관광객 통계가 나오기 전 서울 시내면세점 4개를 추가하기로 했다.

◆관세청 “계획대로 선정”

관세청은 기존 계획을 지키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카더라’ 수준의 의혹 때문에 정책을 하루아침에 뒤바꿀 순 없다고 판단해서다.

관세법과 ‘보세판매장 운영에 관한 고시’ 등에 따르면 관세청장은 사전승인 신청일부터 60일 이내에 특허심사위원회를 열어 사업자 승인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이 규정대로 관세청은 다음달 17일 이전에 사업자 선정을 마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사업자 선정 백지화 가능성에 대한 업계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검찰 수사 결과 최씨의 개입 의혹, 정부가 면세점 제도를 특정 업체에 유리하게 운영한 의혹 등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사업자 선정이 전면 중단될 수 있어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정인설/이상열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