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최순실표 예산’이 감액되거나 삭감되자 이를 서로 먹겠다고 달려드는 국회의원들의 모습이 가관이다. 물밑에서 벌어지는 전쟁은 차마 눈뜨고는 못 볼 지경이라는 전언이다. 이 바람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온갖 요구와 민원이 폭주하는 등 대목을 방불케 한다고 한다. 국회의원들이 최순실표 예산을 다 덜어내야 한다며 벌떼같이 들고일어났던 의도가 의심스러울 정도다.

가장 대표적인 곳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다. 교문위는 내년 문화체육관광부 예산 가운데 최순실표 예산으로 지목된 1748억원을 삭감했다. 국가 이미지 통합사업, 위풍당당 코리아 사업 등이 줄줄이 잘려나갔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도 코리아에이드 사업 등의 예산을 삭감했다. 여기까지는 국회가 잘못된 예산을 바로잡은 것으로 치자.

문제는 그 다음이다. 삭감된 예산들은 지금 어떻게 되고 있을까. 국회의원마다 서로 자기 지역구 사업으로 돌리겠다고 난리다. 그 뒤엔 각 지방자치단체의 치열한 로비전이 가세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그 결과 당초 정부가 고려하지 않은 사업들까지 신규로 들어가고 있다고 한다. 이 모든 증거는 교문위 소속 의원들이 추가했다는 예산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유성엽 교문위원장(국민의당) 등 여야 가릴 것 없이 민원성 예산 챙기기에 혈안이 됐음을 보여준다. 다른 상임위 역시 교문위와 크게 다를 바 없다.

그렇지 않아도 온갖 ‘쪽지예산’이 난무하는 게 이 나라 정치권의 풍경이다. 예산 증가분에서 쪽지예산이 차지하는 몫이 평균 30~40%에 달할 정도라는 것 아닌가. 여기에 60조원을 넘는 각종 국가보조금 사업도 이전투구의 장으로 변질된 지 오래다. 400조원의 슈퍼예산이라고 하지만 이런 식으로 나눠먹으니 국가예산이 온전할 리 없다. 아직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 과정이 남아 있다고 하지만 모두가 한통속인 마당에 엉터리 사업 예산이 얼마나 걸러지겠나. 의원들이 그토록 질타한 최순실 예산과 그들이 빼먹은 예산이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 해당 의원들은 어디 답을 한번 해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