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이솝우화는 현실 세계의 축소판
이솝우화는 짤막한 이야기로 교훈을 주는 동화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김태환 서울대 독어독문과 교수에 따르면 이솝우화는 단순하고 직설적인 교훈담이 아니다. 이야기가 당대 사회구조나 철학체계와 연결돼 있어 새로운 해석의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얘기다.

김 교수는 《우화의 서사학》에서 이솝우화 중 잘 알려진 40편을 골라 소개한다. 구조주의 서사학과 기호학, 각종 문학 이론 등을 곁들여 다양한 독법을 제시한다.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에는 순환적 시간관을 더해 읽어보라고 이끈다. 개미와 베짱이가 모두 겨울을 무사히 넘겼다면 다음해 둘은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보라는 것이다. 해와 바람의 외투 벗기기 대결을 통해선 경쟁의 규칙을 정하는 쪽이 경쟁에서 이기게 돼있음을 읽어낸다.

저자는 이야기를 현실로 끌어내 사회 체계와도 연관시킨다. 양치기 소년 이야기는 위조지폐 단속 문제와 연결된다. 저자는 이 우화는 거짓이 아니라 진짜 정보를 전달하는 데 언어를 쓰도록 사람들의 의식을 조율하는 사회적 장치라고 주장한다.(김태환 지음, 문학과지성사, 256쪽, 1만3000원)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