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는 2017년형 싼타페 광고를 준비하면서 이전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광고들이 하나같이 크로스오버, 패밀리, 오프로드, 레저 등 하나하나의 속성 위주로만 커뮤니케이션해왔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에 다른 SUV 브랜드와 차별화하고 시장 리더의 위상을 공고히 하고자 SUV의 본질을 바탕으로 큰 가치관을 얘기하는 광고를 기획하게 됐다.

왜 소비자가 SUV를 선호할까. 한국자동차 산업연구소(KARI)를 포함한 다양한 언론 매체와 조사기관, 전문가들은 소비자가 SUV에 열광하는 이유로 세단이 주지 못하는 실용적 공간과 스타일, 레저 등을 갖춘 다목적성을 꼽았다.

이런 다목적성에 기반을 둔 소비자가 세단이 아니라 SUV를 선택하는 심리는 무엇일까. 다목적성을 갖춘 SUV를 통해 세단에 비해 풍요로운 공간과 시간, 경험 등의 삶을 누릴 수 있다는 기대와 로망이다.

현대차는 이런 공감대를 가지고 소비자와 소통하고 싶었다. 그 결과 ‘지금 하고 싶은 것을 지금 하고 살라’는 함축된 메시지 ‘카르페디엠’을 싼타페의 소비자 약속이자 슬로건으로 규정했고, 누구나 마음속에 있는 버킷리스트(소원 목록)를 크리에이티브 아이디어로 삼아 광고를 준비했다. 하늘에 떠 있는 수많은 별을 핵심으로 누구에게나 있을 가치있는 버킷리스트를 나타냈다. 컴퓨터그래픽(CG)이 아니라 진짜 밤하늘의 별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산 정상에서 1주일간 머물며 타임랩스 방식으로 촬영했다.

피사체가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시간대는 보통 해 뜨기 직전과 해질 무렵이다. 싼타페의 가장 중요한 실루엣 샷을 건질 수 있는 시간이었다. 촬영할 수 있는 시간은 안타깝게도 30분 남짓. 촬영 팀은 해 뜨는 장소에서 촬영하고, 곧바로 해를 따라 400㎞ 이상 이동해 해 지는 장소에서 다음 장면을 촬영해야 했다. 저녁 촬영이 끝나면 다시 되돌아가 새벽 촬영을 소화하는 스케줄로 총 3000㎞를 이동했다.

SUV 고객층이 공감할 수 있는 광고를 제작하기 위해 집중한 것은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이었다. 합성과 후반작업은 최소화하고, 가공된 인물의 감정은 처음부터 빼기로 한 이유다. 음악은 카르페디엠에 어울리는 곡을 고르기 위해 촬영 전부터 ‘배철수의 음악캠프’의 배순탁 작가와 협업했다. 수많은 후보 곡 중 멜로디는 물론 가사까지 카르페디엠에 어울리는 앨런 파슨스 프로젝트의 ‘데이스 아 넘버스(Days Are Numbers)’를 최종 선곡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