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비용항공사(LCC)의 기세에 밀린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 항공사들이 수익구조 개선을 위한 노선 구조조정에 나섰다. LCC보다 경쟁력이 밀리는 단거리 노선은 과감히 줄이고 LCC가 운항하기 어려운 장거리 노선을 강화하는 게 골자다.
LCC에 점령당한 단거리는 못 뛰겠다…대한항공·아시아나 '장거리 선수'로 전환
◆대한항공 부진 노선 대폭 줄여

대한항공은 내년 2월부터 캄보디아 시엠레아프 노선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제다 노선 운항을 중단하는 내용을 포함한 노선 구조조정안을 23일 발표했다. 운송실적이 부진한 노선을 더 이상 껴안고 가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운항 중단을 결정한 3개 노선 모두 최근 몇 년간 적자가 누적돼왔다.

▶본지 11월23일자 A15면 참조

그 대신 장거리 위주로 인기가 있는 노선에 대해선 신규 취항과 증편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내년 4월 말부터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주 3회 정기편 신규 취항에 나설 계획이다. 바르셀로나 직항 노선을 운항하는 것은 동북아시아를 통틀어 대한항공이 처음이다. 바르셀로나는 안토니오 가우디 건축물이 시내 곳곳에 있어 관광 수요가 꾸준할 것이라는 게 대한항공 측의 설명이다.

또 주간시간대 매일 운항 중인 인천~미국 샌프란시스코 노선에 야간시간대 출발편을 신설한다. 내년 4월부터 주 5회 야간시간대 운항을 시작해 9월부터는 주 7회까지 증편할 계획이다. 주 5회 운항 중인 인천~미국 시애틀 노선도 내년 5월부터 주 7회로 증편한다. 인천~미국 로스앤젤레스(LA) 노선은 주 19회에서 21회로 늘린다. 장거리 노선에 힘을 싣는 전략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효율성과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선 재편을 계속 검토하고 있다”며 “수익이 나지 않는 노선은 점차 축소하고 신규 노선을 적극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단거리 노선 점령한 LCC

항공업계에선 대한항공 노선 구조조정의 근본적인 이유는 LCC의 성장에 있다고 분석했다. LCC는 기내 서비스를 줄이는 대신 항공권을 저렴하게 판매한다.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처럼 기내 서비스 제공을 포함한 대형 항공사에 비해 가격이 30% 이상 저렴하다. 이렇다 보니 비행시간이 짧은 단거리는 LCC를 이용하는 추세가 확대됐다.

대형 항공사의 국제선 여객 점유율은 2014년 51.2%에서 지난해 49.5%, 올해 1~9월 45.6%까지 줄었다. 반면 2014년 점유율이 11.5%에 불과하던 LCC는 지난해 14.6% 올해 1~9월 18.7%까지 늘었다. 올 3분기만 따졌을 때는 LCC 점유율이 처음으로 20%를 돌파했다. 단거리 국제노선을 LCC가 빠르게 잠식한 결과다.

더구나 제주항공 진에어 이스타항공 에어부산 티웨이항공 에어서울 등 6개 LCC 내에서도 가격 경쟁이 벌어지면서 단거리 노선의 운항단가는 계속 떨어지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이런 이유로 지난해 12월 수익성 확보를 위해 노선 구조조정을 시행했다. 올 3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미얀마 양곤, 인도네시아 발리 운항을 중단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일본 중국 동남아시아 등 단거리 16개 노선을 LCC 자회사인 에어서울에 넘기는 작업도 추진 중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LCC가 진입하기 어려운 장거리 노선을 강화하며 차별화에 나설 계획이다. 침대처럼 눕힐 수 있는 좌석 도입, 기사 동반 차량 제공 등 프리미엄 서비스를 확대하는 것도 차별화 방안으로 시도하고 있다. 이와 함께 대한항공은 진에어, 아시아나항공은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등 LCC 자회사를 성장시키는 전략을 동시에 펴고 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