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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 칼럼] 고산병과 비아그라

입력 2016-11-23 17:21:56 | 수정 2016-11-24 01:03:49 | 지면정보 2016-11-24 A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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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원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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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좀 한다는 이라면 베이스캠프까지만이어도 한번쯤 에베레스트를 꿈꿨을 것이다. 킬리만자로의 만년설 정상도 버킷 리스트(bucket list)에 포함될 것 같다. 하지만 장비와 비용, 시간과 동반자 같은 현실을 생각하면 실행은 ‘나중에’가 되기 마련이다. 등반이든 트레킹이든 고산지역 답사에 또 하나의 복병이 고산병이다.

한마디로 인간들이 몰려 사는 낮은 지대에서 해발 2000~3000m 이상의 고지대로 갑자기 이동했을 때 희박한 산소 때문에 나타나는 신체의 급성반응이 고산병이다. 과거에는 소수의 극한지대 등산가에게나 해당됐으나 고지대 등정 인구가 늘어나면서 세인들 관심사가 됐다. 잉카 유적지 방문객 중 상당수도 고산병이 제일 힘들었다고 한다.

호흡장애에 의한 두통과 구토, 마비와 의식장애로도 이어지는 고산병은 결국 산소결핍증이다. 개인마다 적응력에 차이는 있지만 공기 중 산소농도가 16% 이하로 내려가면 뇌의 기능에 장애가 빚어진다. 수백만원씩 들여 멋진 히말라야 트레킹에 나섰으나 완만한 증세에도 수면장애를 겪었다는 경험담도 적지 않다.

고산병은 특별한 처방도 없다고 한다. 천천히 걷기, 심호흡, 물 많이 마시기, 체온유지, 배낭 줄이기, 조금씩 나눠먹기가 권장되지만 대처요령일 뿐이다. 즉각 고도가 낮은 지역으로 내려가는 게 치료지만 같은 고도에서 적응 시간을 갖는 것도 효과적이라고 한다. 킬리만자로 등반의 성패는 얼마나 천천히 오르느냐에 달렸다는 말도 그래서 나왔다. ‘의욕만 앞세워 극한의 정상으로 바로 치닫지 말라’ ‘무엇이든 천천히 다지면서 이뤄야 한다’는 게 고산병으로 본 고지대 등산의 또 다른 교훈일지 모르겠다.

고산병의 비공식 치료제로 비아그라가 등산마니아들 사이에 알려져 왔다. 혈액순환과 산소공급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물론 공인된 것은 아니며 의사 처방에 따르라고 한다. 고지대 탐방자에겐 청심환 같은 일종의 비상약인 셈이다.

청와대가 구입한 의약품에 비아그라 60정과 그 복제약인 팔팔정 304정이 포함된 것을 두고 여러 말이 나왔다. 발기부전 치료제는 왜 구입했느냐는 것에 청와대는 “아프리카 순방 시 고산병 치료를 위해 준비했는데 한 번도 안 써 그대로 있다”고 해명했다. 지난 5월 박근혜 대통령은 에티오피아 우간다 케냐로 갔는데 이들 3개국 수도가 해발고도 1000~2000m의 고원에 있다. 비아그라 구입은 이전 정부 때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한번 의심 쪽으로 기운 여론이 얼마나 귀를 열지….

허원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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