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노동개혁과는 담을 쌓기로 작정한 것 같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법안 심사에서 ‘노동개혁 4법’을 다루지 않기로 하고, 대신 생명안전업무에 정규직 직접고용을 강제하는 법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 법안 추진에 반대 의견을 내놨다. 생명안전업무에서 기간제·파견 등 비정규직 근로자와 협력업체 근로자 사용을 금지하는 이 같은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심각한 부작용이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경총의 주장이 아니어도 생명안전을 이유로 고용형태와 생산방식을 법률로 제한하는 이런 입법은 세계적으로도 그 유례를 찾기 어렵다.

안타까운 사고를 방지하자는 데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국회는 고용형태를 바꾸고 외주화를 금지하기만 하면 안전사고가 절대 안 생길 것이라고 단정하는 듯하다. 경총도 지적하고 있지만 사고는 근본적으로 부실한 안전관리 시스템에 기인하는 것이지 단순히 비정규직에, 또 협력업체에 맡겼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은 너무나 단세포적 진단이다. 말이 생명안전업무이지 이 또한 모호하기 짝이 없는 개념이다.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기업의 업무 중에서 생명안전과 어떤 형태로든 관련되지 않은 게 없을 정도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의 거의 모든 업무에 정규직 고용을 강제하고, 전문 외부업체 활용 등 외주화는 아예 꿈도 꾸지 말라는 얘기가 된다.

더구나 국회는 이 법안이 비정규직이나 외부 협력업체에 미칠 악영향은 안중에도 없는 모양이다. 기업이 꼭 필요한 최소한의 정규직 인력으로 대응하면서 외주화를 중단하게 되면 비정규직의 취업 기회는 물론이고 외부 협력업체들의 영업 기회가 막힐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그렇지 않아도 국회가 노동개혁 4법을 다루지 않기로 하면서 연내 노동개혁은 물 건너간 마당이다. 아니 노동개혁은 사실상 끝났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문제는 그 피해가 어디로 가겠느냐는 점이다. 당장 파견법 무산만 해도 수많은 장년층의 취업 기회가 사라지고, 뿌리산업 등의 중소기업 인력난은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게 됐다. 국회는 지금 노동개혁은커녕 노동개악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