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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깨우는 한시 (13)] 여사미료마사래(驢事未了馬事來) 종성재단고성최(鐘聲斷鼓聲催)

입력 2016-11-23 17:33:28 | 수정 2016-11-24 01:26:03 | 지면정보 2016-11-24 A3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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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사미료마사래(驢事未了馬事來)
이 일 마치기도 전에 저 일 달려오고

종성재단고성최(鐘聲斷鼓聲催)
종소리 끊기자마자 북소리 재촉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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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는 송나라 법천(法泉·생몰연대 미상)선사로 고향은 후난성(湖南省) 쑤이저우(隨州)이며 시(時)씨 집안 출신이다. 선종의 한 갈래인 운문종(雲門宗)으로 출가했으며 법호는 불혜(佛慧)다. ‘만권(萬卷) 스님’이란 별명이 붙을 만큼 방대한 독서량을 자랑한다. 그보다 앞선 당나라 시대에도 ‘만권거사’가 있었다. 장시성(江西省) 장저우(江州)땅 행정 책임자인 자사(刺史) 벼슬을 지낸 이발(李渤·773~831)의 별호다. ‘만권’이란 독서량이 만만찮은 이에게 붙여주는 칭송인 셈이다.

어쨌거나 사바세계는 한 가지 일이 해결되기도 전에 또 다른 일이 겹쳐지기 마련이다. 중국에서는 세상의 갖가지 일을 ‘나귀 일(驢事) 말 일(馬事)’이라고 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짐승이 당나귀와 말이었기 때문이다. 조선이라면 ‘개 일(犬事) 소 일(牛事)’이라고 했으려나. 광화문 광장의 100만 대중의 한목소리와 여의도·세종로 구성원의 여러 가지 셈법은 다르기 마련이다. 한 편에서 옳고 그름(是非) 때문에 나섰는데, 다른 한쪽에선 손익(損益)계산법에 따라 끼어들기를 한 까닭이다. 시비를 가리기도 전에 손익문제가 겹쳐졌다.

매일 북소리와 이어지는 종소리를 듣는 절집이기에 종과 북이라는 비유가 자연스럽게 한시 속에 녹아들었다. 정원이 아름다운 곳에 살던 양무위(楊無爲)는 “이 일 마치기도 전에 저 일 달려오고, 꽃 한 송이 지려는데 또 한 송이 피어난다(驢事未了馬事來 一花欲謝一花開)”고 서정적으로 묘사했다. 꽃이라는 수식어로 꾸미긴 했지만 실제 내용은 별반 다를 게 없다.

현사사비(玄沙師備·835~908)선사가 초경원(招慶院)에 머물던 어떤 스님에게 물었다. “너는 어째서 이 일 저 일 떠들어대느냐?(作生說驢事馬事)”, “바로 고향의 일이기 때문입니다.(也只是桑梓)”

그렇다. 살고 있는 나라가 바로 고향(상재지향·桑梓之鄕)이다. 고향 일에 누군들 무심할 수 있으랴.

원철 < 스님(조계종 포교연구실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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