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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정부, 공약 바꾸지 않는 한 실패…잘못된 정책은 결국 대가를 치루게 돼"

입력 2016-11-23 16:03:10 | 수정 2016-11-23 16:5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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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약한 정책을 바꾸지 않는 한 트럼프 정부는 실패합니다.”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한 쪽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 뿐만 아니다. 선거 직전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에 반대한다는 공개서한을 발표한 370명의 저명한 경제학자들-이들 중에는 8명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도 포함됐다-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석학으로 불리는 이들은 과연 트럼프 정부의 4년을 어떻게 전망할까.

세계 무역 및 경제성장 분야의 대가로 불리는 진 그로스만 프린스턴대 교수는 “잘못된 정책은 결국 댓가를 치르게 된다”며 “특히 반세계화는 엄청난 (경제적) 비용을 수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로스만 교수도 트럼프에 반대하는 공개서한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선거 결과에 실망하셨나요.

“미국에 어려운 시기가 닥칠 겁니다. 트럼프를 당선시킨 사람들은 결국 그가 자신들의 챔피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기대 이상의 지지를 받았습니다.

“트럼프는 뿌리 깊은 분노와 좌절에 호소했고 성공했습니다. 반면 클린턴은 자신의 메시지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습니다.”

▶트럼프 정부는 성공할까요.

“공약한 정책을 그대로 이행한다면 매우 비관적입니다. 그는 분노의 근본 원인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았고 노동자들의 삶을 개선할 계획도 갖고 있지 않습니다. 결과적으로 증오와 민족주의가 정부의 지원과 보호가 필요한 사람들을 희생시킬 겁니다. 그들의 분노만 커질 겁니다.”

▶금융시장의 반응은 다릅니다.

“단기적으로 규제를 풀고 세금을 줄여주면 주주의 이익은 증가하게 됩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잘못된 정책이 경제에 타격을 주게 될 것은 명백합니다. 주식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왜 자유무역이 정치적인 타깃이 됐을까요.

“저성장과 일자리 부족의 원인으로 돌릴만한 핑계가 뭐가 남았을까요. 결국 세계화와 무역입니다. 자유무역이 경제를 악화시킨다고 주장하지만 실상은 정반대입니다. 자유무역이 정치적으로 희생당한 것입니다.”

▶트럼프 현상의 원인은 무엇입니까.

“장기간의 소득 양극화를 살펴봐야 합니다. 불공평한 부의 분배가 장기간 이어졌습니다. 이에 대한 정부의 무대책이 사회적 불만을 조성했습니다.”

▶보호무역주의가 정치적으로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보호주의는 원인이라기보다는 증상입니이다. 더 나은 사회안전망을 만들고 소득 재분배와 진보적인 조세제도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번 대선이 보호주의의 불씨를 당길 것이라는 우려가 많습니다.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가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을 것입니다. 다음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입니다. 그렇게 되지 않겠지만 미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서 빼낸다면 그야말로 대참사가 발생할 것입니다.”

▶글로벌 무역의 슬럼프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까요.

“아직 누구도 정확한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극심한 경기침체의 여파일 수 있고 새로운 트렌드일 수도 있습니다. 미국은 나쁘지 않지만 유럽의 부진과 일본의 정체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대외의존도가 큰 한국이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다양화(diversification) 전략이 필요합니다. 글로벌 경기변동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나라는 산업부문의 수가 적은 국가들입니다.”

▶수출일변도 정책이 불균형을 키웠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자유무역은 한국의 산업화를 실현시켜 줬습니다. 성장의 경로가 불균등할 수 있지만 무역과는 무관합니다. 빈부격차는 정부 정책의 문제입니다. 실패한 사람을 위해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고 부의 재분배 정책을 병행해야 합니다.”

▶불평등은 성장의 과정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저는 소득세율을 90%까지 높이자고 주장하는 게 아닙니다. 금전적 보상이 혁신의 동기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사회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위해 소수의 부유층이 그 정도로 많은 이익을 축적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한국 대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한국의 산업정책은 괜찮았고 실제 효과적이었습니다. 다만 수출기업을 일방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더 이상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수출과 내수에 관한 정책은 중립적인 태도를 취해야 합니다.”

▶내재적 성장을 위해 어떤 정책을 써야 합니까.

“역사적으로 성장은 혁신에 의해 주도됐고 혁신은 좋은 교육과 창의력의 조합에 의해 움직였습니다. 미국은 이 점에서 성공적이었고 기술적으로 번창할 수 있었습니다.”

▶차세대 산업에 대한 고민도 많습니다.

“국가가 어느 부분에서 성장해야 하는지는 시장이 결정해야 합니다. 산업의 미래가 어디에 놓여있는지를 정부가 결정하는 것은 현명한 방법이 아닙니다. 혁신가와 기업을 지원하고 기회를 주는 것이 핵심입니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일본의 문제는 성장이 모방에 근거했다는 데 있습니다. 조직과 연공서열(seniority)을 지나치게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미국은 다릅니다. 빌게이츠가 마이크로소프트를 창업했을 때 몇 살이었는지 생각해보면 됩니다.”

▶한국도 비슷합니다.

“한국 역시 사회적 상호관계와 연공서열이 깊게 새겨져 있어 쉽게 바뀔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는 걸 압니다. 그러나 바꿔야 합니다.”

▶‘샌드위치 위기론’도 여전히 팽배합니다.

“한국뿐만 아니라 모든 국가들이 직면한 문제입니다다. 한국도 중국이 같은 제품을 더 낮은 가격에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달라져야 합니다. 창의성이 필요합니다.”

▶결국 교육이 문제인가요.

“한국의 교육시스템은 창의성을 격려하지 않습니다. 이 곳의 아시아계 학생들도 문제를 푸는 능력은 뛰어나고 시험도 잘 보고, 점수도 잘 받습니다. 그러나 박사과정에 있는 학생들조차 논문을 쓰라고 하면 쩔쩔맵니다.”

▶이유가 뭔가요.

“자기만의 관점을 갖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능력이 부족합니다. 미국의 교육이 질책받고 있지만 새로운 사고를 하고,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도록 격려한다는 점에서는 잘하고 있습니다.”

▶성장의 정체와 대외부문의 취약점을 우려하는 시각이 많습니다.

“내 기준으로는 한국이 현 상황에서 2%대의 성장률을 유지하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패닉을 느끼지 않아도 됩니다. 한국은 경제적으로 선진국입니다. 중국과 인도와는 다릅니다.”

▶경제성장이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환경쿠츠네츠 곡선은 유효한가요.

“많은 사람들이 잘못 이해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경험적 관찰이지 법칙이 아닙니다. 경제가 성장한다고 자동적으로 환경이 향상되는 건 아닙니다. 국내총생산(GDP)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정치체계를 이용해 정책을 바꾸고 그 결과 환경이 개선된다는 뜻입니다.”

▶중국의 환경오염이 한국 등 주변국에 직접 영향을 미칩니다.

“중국이 유연한 정치체계를 가지고 있나요? 베이징 시민들도 오염된 공기를 마시고 싶지 않겠지만 그들은 정부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방법이 아직 없습니다.”

프린스턴=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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