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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TPP 폐기·양자협상 강조한 트럼프의 신무역 질서

입력 2016-11-22 17:34:55 | 수정 2016-11-23 00:25:33 | 지면정보 2016-11-23 A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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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어리광부리던 시절 지났다…아베노믹스 위기 직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자가 어제 취임 첫날 지시할 사항과 취임 후 100일간 처리할 정책을 설명하는 영상 메시지를 공개했다. 2분45초의 영상이었다. 그는 우선 “취임 첫날 미국에 잠재적 재앙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탈퇴하겠다”고 재확인했다. 트럼프는 “미국에 일자리와 산업을 되돌릴 수 있도록 공정한 양자협정으로 무역 정책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오바마식 공정무역이 아니라 자유무역을 위한 공정한 시장질서가 트럼프의 무역관이다.

트럼프는 또 오바마 시절의 셰일가스 및 석탄에 대한 환경 규제를 철폐해 수백만명의 고소득 일자리를 만들 것이라고 강조하고 미국 체류비자도 조사해 고용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는 악용사례를 모두 없애겠다고 밝혔다. “새로운 규제 하나를 만들면 기존 규제 두 건을 반드시 철폐한다는 원칙을 세울 것”이라고도 말했다. 이외에도 외국인의 로비활동을 금지할 것 등이 그가 내놓은 취임 100일 계획이다.

그가 밝힌 시정방침의 대부분은 규제 철폐와 자유스런 시장의 경쟁이 초점이었다. 기업과 기업인들이 활동하기 편한 환경을 조성하고 잘못된 거래 관행을 없애겠다는 것이었다. 트럼프가 거의 잊혀지고 있는 철저한 자유주의 시장주의자라는 사실을 분명히 한 셈이다.

이날 발표 중 특히 관심을 끄는 대목은 TPP를 폐지하고 다시 양자협정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힌 점이다. TPP 협상은 6년 이상 끌어온 태평양 지역 공동의 과제였다. 또 노동규제와 환경규제 등 무역과 관계가 없는 조항이 너무 많이 포함돼 자유무역주의 진영의 반발도 컸다. 문제는 일본이다. 일본의 아베 정권은 정권의 명운을 내걸고 자신의 모든 정치 역량을 TPP에 쏟아부었다. TPP가 사라지면 중국이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 구상을 내세워 새로운 무역 질서의 주도권을 쥐려 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그러나 TPP를 매개로 한 일본의 재무장 구상이 근본에서 틀어진다는 사실이 일본을 당혹하게 한다. 오바마와 아베는 TPP협상 통과 당시 “TPP는 경제협정이라기보다 정치군사적 동맹”이라고 밝혔다. 그 때문에 아베 총리는 지난 17일 급거 미국을 방문했음에도 아베노믹스에 대한 중대한 도전에 직면하고 말았다.

트럼프의 양자 협상 카드는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당장 한·미 FTA 재협상론이 불거질 것이다. 지재권, 법률시장, 실효성 있는 미국 측 수출 보장, 한국 기업의 미국 투자 등을 두고 치열한 협상이 전개될 것이다. 한국 외에는 당장 영국과 미·영 FTA를 추진하겠다는 소리도 들린다. 이는 브렉시트와 관련해 유럽의 상황도 복잡하게 만들 가능성이 많다.

트럼프 시대의 세계경제는 정의를 부르짖고 ‘선한 국가’임을 내세우는 오바마 시대와는 달라질 것이다. 트럼프의 등장과 함께 보호무역주의 강화를 우려했지만 어제 발표된 시정방침으로 판단하건대 자유무역이 강화되고 글로벌화가 더욱 진척될 수도 있다. 파격적으로 인하되는 낮은 법인세와 더불어 미국 시장이 새로운 시장으로 전면에 부상할 수도 있다. 한국 기업들도 시대변화를 잘 읽고 적극적으로 대응해가야 한다. ‘트럼프노믹스’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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