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유방암과 전립선암 환자가 가장 많은 곳은 서울 서초·강남과 경기 용인 수지로 나타났다. 늦게 출산하는 여성이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많아 유방암 위험 요인이 큰 데다 검진을 받는 여성 수와 횟수가 많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립선암은 고기를 많이 먹고 비만한 사람이 많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B형 간염과 C형 간염 감염자가 많은 전남과 경남 해안지역은 간암 환자가 많았다. 민물고기를 생으로 먹으면 잘 걸리는 담낭·담도암 환자는 낙동강 인근 지역에 많이 분포했다. 국내에 처음 나온 시·군·구별 암 발생 지도를 분석한 결과다.
서울 서초·경기 용인에 유방암·전립선암 환자 많다
24개 암, 5년 단위로 묶어 분석

보건복지부와 중앙암등록본부는 22일 1999년부터 2013년까지 암 통계를 분석한 시·군·구별 암 발생 지도를 발표했다. 1999년 국가암 등록 통계 사업이 시작된 뒤 시·군·구 단위로 암 발생 현황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군·구별 암 사망통계는 2005년부터 통계청이 발표하고 있다.

복지부는 위암, 간암, 대장암 등 24개 암을 5년 단위로 묶어 분석했다. 지역에 따라 암 발생률이 2~15배 차이날 정도로 지역 격차가 컸다. 시·군·구별 발생률 격차가 가장 큰 암은 갑상샘암이었다. 남성 갑상샘암 발생이 가장 많은 지역과 적은 지역의 차이는 12.6배에 달했다. 담낭 및 기타 담도암(6.0배)과 전립선암(5.8배)도 지역 차이가 컸다. 위암(2.2배) 폐암(2.2배) 대장암(2.3배)은 지역에 따른 암 발생률 차이가 비교적 작았다.

갑상샘암 발생 높은 건 과잉진단 영향

지역별 암 발생 격차가 가장 큰 갑상샘암은 여수 광양 순천 등 전남 지역과 서울 대전 대구 등 대도시에서 많이 발생했다. 남성 갑상샘암 발생이 가장 많은 지역은 강남구로 5년간 인구 10만명당 47.7명의 환자가 나왔다. 여성 환자가 가장 많은 곳은 전남 광양시로 인구 10만명당 185.1명이었다.

이강현 국립암센터 원장은 “과거에는 갑상샘암 검진율이 전남에서 높았지만 최근에는 대도시 지역에서 초음파를 이용한 갑상샘암 검진율이 높아지고 있다”며 “해당 지역에서 검사를 많이 하기 때문에 암 발생이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국제암연구소는 국내 갑상샘암 환자 중 여성은 90%, 남성은 45%가 과잉진단이라고 추정하기도 했다.

유방암·전립선암, 대도시서 발병 많아

서울 서초·강남과 경기 용인 수지·분당 등은 여성 유방암 환자와 남성 전립선암 환자가 많았다. 유방암은 초경 연령이 빠르고 첫 출산 연령이 늦어 출산 횟수가 적을수록 발생위험이 커진다. 모유 수유율이 낮은 것도 유방암 발생 위험을 키우는 요인이다. 복지부는 이들 지역에 거주하는 여성들이 이 같은 특성을 보여 유방암에 많이 걸리는 것으로 판단했다. 유방암 검사를 많이 하는 것도 원인으로 꼽혔다. 이 지역에는 전립선암 환자도 많았다. 전립선암은 육류를 섭취하고 비만인 사람에게 많이 나타난다.

복지부 관계자는 “경제 수준이 높을수록 의료기관 이용도 많아 전립선암 발생률이 높게 나타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들 지역은 전립선암 검진율이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담낭암과 담도암은 낙동강 주변 경남 함안, 밀양, 부산 강서구 등의 지역에서 환자가 많았다. 이들 지역은 민물고기를 많이 먹는 지역이다. 이 원장은 “낙동강 인근 지역은 민물고기를 생식하는 습관으로 인해 간흡충증 유병률이 높다”며 “이로 인해 암 발생률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간흡충증은 쓸개즙이 내려오는 통로인 담관에 기생충이 기생하며 병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생으로 민물고기를 먹을 때 걸리기 쉽다.

간암 환자는 경북 울릉군과 경남 전남 등 남부지역에 많았다. 이들 지역에 간암 고위험군인 B형, C형 간염 환자가 많고 음주율이 높은 것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위암은 충청과 경상·전라 경계지역에 환자가 많았고 대장암은 대전과 충청지역, 폐암은 전남 경북 충북지역에 환자가 많았다. 이 원장은 “흡연율, 석면광산 분포, 비만 등 위험요인을 토대로 분석해봤지만 뚜렷한 상관관계를 찾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