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조사 이어 '국조·특검'…"뭘 믿고 한국에서 사업하나"
내라고 하니까 냈다. 검찰 조사도 받았다. 이번엔 국회 국정조사와 특별검사 수사를 받아야 한다. 죄인이 돼야 할 판이다. 자칫 말실수라도 하면 국회의원들의 호통과 면박이 쏟아질 게 뻔하다. 공개 망신 당하는 모습은 TV로 생중계된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774억원을 ‘반(半)강제적’으로 출연한 9개 그룹 총수가 치러야 할 대가다.

국정조사와 특검이라는 ‘이중 족쇄’에 발목 잡힌 기업들 사이에서는 “도대체 한국에선 누굴 믿고 사업해야 하느냐”는 자조 섞인 하소연이 터져나오고 있다. 검찰 수사에서 ‘기업은 피해자’라는 결론이 났는데도, 또 특검에 불려가고 국회 청문회에 서야 하는 것은 너무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은 “청문회에서 대기업 총수를 윽박지르면서 반(反)기업 정서를 조장하는 것은 결국 우리 발등을 찍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 원장은 “기업인들이 최대한 빨리 경영에 전념하도록 해야 경제를 살릴 수 있다”고 했다.

정치권과 사정당국이 글로벌 전쟁터에서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기업 활동의 중요성을 너무 모른다는 지적도 많다. 윤종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은 “정치가 국가를 망치는 흉기가 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외국은 딴판이다. 법인세를 내려 기업을 뛰게 하고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35%에서 15%로 낮추기로 한 데 이어 영국도 법인세율을 15% 이하로 내리기로 했다. 한국은 국회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야 3당이 법인세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 기업은 국정조사와 특검에 휘둘리는 것도 모자라 세금도 더 내야 할 처지다.

재계 관계자는 “다른 나라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경쟁을 하고 있는데 우리만 거꾸로 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주용석/박종서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