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활동하는 대형 외국계 은행은 앞으로 강화된 자본 및 유동성 규제를 적용받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이 같은 내용의 규제 초안을 마련했다고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는 2014년에 비슷한 조치를 한 미국에 대한 보복이며, EU를 떠나는 영국의 금융권도 피해를 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국계 은행 규제 강화는 EU 집행위원회가 23일 발표할 은행산업규제 초안에 포함된 내용이다. 초안에 따르면 외국계 은행의 유럽 법인은 EU가 별도로 제시한 자본 및 유동성 기준을 따라야 한다.

골드만삭스나 JP모간 같은 미국 은행이 국제 표준의 자본 및 유동성 기준을 충족했더라도 유럽 법인은 따로 자본을 확충하고 충분한 유동성 자산을 보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외국계 은행이 유럽에서 사업하기가 까다로워진다.

유럽은행은 그동안 미국 중앙은행(Fed)이 2014년 마련한 규제안 때문에 미국은행과 불공정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해왔다. 이 규제안은 외국계 은행이 미국에 중간지주회사를 설립하고, 별도 자본 및 유동성 기준을 지키도록 했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 활발히 채권 업무를 하던 도이치뱅크를 비롯한 유럽은행이 미국 사업 규모를 축소해야만 했다.

유럽의 금융허브 지위를 누리던 영국 런던도 EU의 외국계 은행 규제에 타격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영국 법인과 유럽 법인이 각각의 자본과 유동성 기준을 충족해야 하기 때문이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외국계 은행이 런던에서 철수하는 일도 나타날 수 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