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잠잠하던 중국 안방보험이 다시 해외 기업 및 부동산 인수합병(M&A)에 나서고 있다. 이번에는 일본의 주거용 부동산이 타깃이다. 그동안 미국에 쏠린 안방보험의 해외 M&A가 다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2일 외신에 따르면 안방보험은 미국 사모펀드 운용사 블랙스톤이 보유하고 있는 일본 내 주거용 부동산들을 23억달러(약 2조7000억원)에 인수하기 위해 논의 중이다. 매물은 도쿄 나고야 오사카 등지에 있는 중산층이 거주하는 아파트들이다. 이들 부동산은 블랙스톤이 2014년 미국 GE로부터 1900억엔(약 2조156억원)에 매입한 것이다.

이번 M&A가 성사되면 2007년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일본 ANA홀딩스가 보유하고 있던 호텔 13개를 2810억엔(약 2조9811억원)에 사들인 이후 최대 규모의 일본 내 부동산 거래로 기록될 전망이다.

안방보험은 2014년 미국 뉴욕의 월도프아스토리아호텔을 인수한 것을 계기로 글로벌 M&A시장에서 ‘큰손’으로 급부상했다. 그동안 안방보험의 해외 M&A는 미국에 집중돼 있었다. 올해 초 미국 스트래티직호텔을 55억달러에 매입한 것이나, 스타우드호텔 인수를 시도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눈길을 끄는 것은 미국의 호텔, 오피스 빌딩 인수에 집중하던 안방보험이 일본에서는 주거용 부동산 인수에 나섰다는 점이다.

일본 부동산시장은 1990년대 이후 장기 침체에 빠져 있었지만 2012년 아베 신조 총리 취임 이후 회복세로 돌아섰다. 아베 정부가 통화완화 정책을 펼치는 과정에서 풀린 시중 유동성이 부동산시장에 흘러들어갔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상업용 오피스 빌딩은 과열을 우려할 정도로 단기 급등했지만, 대도시 지역 주거용 부동산은 아직 상승 여력이 남아 있는 것으로 일본 부동산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안방보험이 지난 3월 스타우드호텔 인수 제안을 급작스럽게 철회하자 시장 일각에서는 “해외 M&A에 동원할 수 있는 ‘실탄’이 바닥났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중국 보험감독 규정에 따르면 보험사는 총 자산의 15%까지만 해외에 투자할 수 있는데, 그동안의 공격적인 M&A로 이 한도를 소진했다는 얘기도 돌았다.

일본 부동산 인수 추진은 안방보험의 해외 M&A가 다시 재개되는 신호탄으로 해석되고 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