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하락 여파…기업 매출액 줄고 순이익은 증가

지난해 국제유가 하락이 기업의 매출액을 줄였지만 순이익을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경기 불안감 때문에 기업들이 미래에 대한 투자 성격이 강한 연구·개발(R&D) 비를 줄이며 긴축경영에 나선 것으로 분석됐다.

기업들은 고용에서도 필요할 때 투입했다가 쉽게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임시·일용직 위주로 일자리를 늘렸다.

◇ 매출액 감소 폭 확대…늘어난 일자리 3개 중 2개는 임시·일용직

통계청이 22일 발표한 '2015년 기준 기업활동조사 잠정 결과'를 보면 상용근로자가 50인 이상이면서 자본금 3억원 이상인 기업체는 1만2천460개로 전년보다 0.3%(43개) 증가했다.

조사대상 기업은 국내 전체 회사법인 중 약 2%, 매출액으로 따지면 약 60%를 차지했다.

업종별로 보면 교육서비스·전문과학기술 등을 의미하는 기타서비스업(1천803개→1천877개), 부동산임대업(274개→310개), 도소매업(1천400개→1천429개)에서 기업체 수가 증가했지만 제조업(5천949개→5천817개) 등에선 감소했다.

금융보험업을 제외한 전체 기업의 매출액은 지난해 2천159조원으로 조사돼 1년 전(2천232조원)보다 3.2% 감소했다.

전체 기업 매출액이 감소한 것은 전년에 이어 2년 연속이다.

전체 기업 매출액 증가율은 2011년 12.2%에서 2012년 6.0%, 2013년 1.1%로 서서히 줄어들다가 2014년 -1.1%를 기록하며 조사 기준이 바뀐 2010년 이래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내려앉은 바 있다.

매출액 비중이 절반을 넘는 제조업에서 74조원(1천385조원→1천311조원) 감소한 영향이 컸다.

기업당 평균 매출액도 2014년보다 3.6% 줄어든 1천773억원이었다.

기업당 매출액 역시 2012년 1천898억원 이후 3년 연속 내리막길을 걸었다.

감소 폭도 -0.5%, -2.7%, -3.6%로 점차 커지는 추세였다.

반면 법인세 차감 전 순이익은 109조원으로 16.0% 증가했다.

매출액 1천원당 법인세 차감 전 순이익은 50.4원으로 8.4원 증가했다.

법인세 차감 전 순이익은 2011년 51.7원 이후 최고였다.

강유경 통계청 경제통계기획과장은 "국제유가가 2013년 말에는 100달러를 넘다가 2014년엔 50달러, 2015년엔 30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국제유가 하락으로 석유정제·화학제품 매출액이 크게 감소했지만 생산 비용도 줄면서 기업의 수익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조사대상 기업의 종사자 수는 7만9천명(1.8%) 늘어난 438만1천명으로 집계됐다.

상용근로자가 384만3천명으로 2만9천명(0.8%) 증가했다.

임시·일용 및 기타 종사자는 그보다 더 큰 폭인 5만1천명 늘어나 53만8천명이었다.

새롭게 늘어난 종사자 3명 중 2명이 임시·일용 및 기타 종사자인 셈이다.

이에 따라 임시·일용 및 기타 종사자의 비중은 11.3%에서 12.3%로 확대됐다.

임시·일용직이 늘어난 것은 기업의 비용 절감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경기가 어려워지면 기업들은 비용 부담이 큰 상용직 대신 인력을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아르바이트생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경향이 있다.

◇ 연구개발비 첫 마이너스 전환…전년보다 10% 감소

경기 불황 등의 영향으로 기업들이 지출한 연구개발비가 2010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전체 기업이 지출한 연구개발비(금융보험업 제외)는 전년(43조6천억원)보다 10.1% 감소한 39조2천억원이었다.

2010년 31조4천억원이었던 연구개발비는 매년 10% 내외로 증가하다 2014년 증가 폭이 2%로 뚝 떨어진 데 이어 지난해 결국 마이너스로 전환하고 말았다.

연구개발비를 지출한 기업체 수도 전년(6천224개)보다 5.6% 감소한 5천874개를 기록했다.

전체적인 감소세는 제조업 분야의 연구개발비가 줄어든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제조업 연구개발비는 34조7천억원으로 전년(37조8천억원)보다 8.3% 감소했으며 기업당 연구개발비도 같은 기간 4.2% 줄었다.

이는 작년부터 본격화된 민간연구소 위탁 업무 감소, 연구개발 인력 감축 등에 따른 것이라고 통계청은 분석했다.

최근 10년간 존속한 기업 중 지속해서 연구개발비를 투자한 기업의 기업당 매출액은 5천75억원으로 전체 평균 매출액의 2.9배 수준이었다.

자회사를 보유한 기업은 총 5천96개로 전체의 40.9%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국내 자회사를 보유한 기업은 총 3천823개로 국내 자회사 수는 전년보다 3.9% 늘어난 1만382개였다.

국외 자회사는 총 8천207개로 전년보다 3.1% 늘어났으며 국외 자회사를 보유한 기업은 2천854개였다.

국외 자회사는 주로 건설업(11.8%), 도소매업(8.1%) 등에서 많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외 자회사는 아시아 지역에 69.9%가 집중됐으며 북미와 유럽은 각각 13.5%, 10.4%에 그쳤다.

자회사 국가별 분포는 중국이 2천729개(33.3%)로 가장 많았고 미국(12.6%), 베트남(8.2%) 등이 뒤를 이었다.

국외진출을 하지 않은 기업 9천127개로 중 214개는 지사·공장(76.2%), 법인투자(26.2%) 등의 형태로 국외진출을 계획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업무를 장기적으로 외부의 전문업체에 위탁한 기업의 비율은 73.1%로 전년보다 2.3%포인트 줄었다.

일부 업무를 위탁하는 기업 비율은 2010년 이후 지속해서 감소하는 추세다.

2개 이상의 기업이 전략적 제휴를 맺은 기업은 910개로 전년보다 13.6% 감소했다.

연봉제·성과급·스톡옵션 등 성과보상 관리제도를 도입·운영하는 기업은 전년보다 소폭 줄어든 81.3%를 기록했다.

(세종연합뉴스) 민경락 김수현 기자 porqu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