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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뮤지컬] 20년 짝사랑…한물 간 코미디언의 순애보, 한번 들어 보시죠

입력 2016-11-22 16:40:05 | 수정 2016-11-22 16:40:05 | 지면정보 2016-11-23 C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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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로맨티스트' 뮤지컬 1세대 남경주

닐 세다카 명곡에 흐르는 세 커플의 사랑이야기 '오! 캐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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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1세대 배우 남경주(52)는 뮤지컬계에서 ‘원조 로맨티스트’로 불린다. 올해 데뷔 30년을 맞은 그는 첫사랑 도나를 위해 그리스까지 찾아온 남자 샘(맘마미아!), 카리스마 넘치는 연출가 줄리안 마쉬(브로드웨이 42번가), 스칼렛만을 사랑하는 레트 버틀러(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아내의 아픔과 슬픔까지 감싸주는 가정적인 남편(라카지) 등 수많은 작품에서 각양각색의 로맨티스트를 능수능란하게 소화하며 팬들의 사랑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서울 강남구 신사동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공연 중인 ‘오!캐롤’에서는 20년 넘게 한 여자만을 짝사랑하는 로맨티스트로 관객과 만난다. ‘맘마미아!’ 지방 공연과 ‘오!캐롤’ 공연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그를 지난 18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만났다.

“‘오!캐롤’은 주크박스 뮤지컬이라는 점에서 ‘맘마미아’와 비슷한 점이 많아요. 그런데 ‘맘마미아’보다 세 배는 더 웃긴 장면이 많아요. 어제 첫 공연을 했는데, 관객 분들이 정말 5분에 한 번씩 웃음을 터뜨리더라고요. 요즘처럼 시끄럽고 혼란스러운 시기에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줄 수 있는 ‘힐링 뮤지컬’이 될 수 있겠구나 싶었죠.”

이 작품은 1960년대 미국 마이애미 파라다이스 리조트에서 펼쳐지는 여섯 명의 사랑이야기를 담았다. 팝의 거장 닐 세다카의 음악에 이야기를 입혔다. 남경주는 톱스타였던 에스더를 20년간 지켜보며 가슴앓이를 해온 디너쇼 MC 허비 역을 맡았다. 파라다이스 리조트 사장이 된 에스더는 어느새 한물 간 스타가 됐지만, 무명 코미디언 출신인 허비에게는 늘 바라볼 수밖에 없는 선망의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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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경주는 ‘지질하지만 사랑스러운’ 허비 캐릭터를 만들어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그런 노력의 산물인 ‘3인칭 고백 장면’은 많은 관객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한물 간 코미디언 출신인 허비라면 어떻게 ‘20년 사랑’을 고백할까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던 중 ‘3인칭으로 고백을 하면 어떨까’란 생각이 번뜩 들더라고요. ‘아주 오래 전 무명 코미디언 허비가 있었습니다. 그는 톱 가수 에스더를 좋아했지만, 쉽게 마음을 전할 수는 없었죠.’ 이런 식으로 고백하는 거예요. 그렇게 준비해간 멘트를 했는데, 우는 후배들이 있더라고요. 그때 ‘아 되겠구나’ 싶었죠.”

파라다이스 리조트에서 디너쇼를 진행하는 허비는 재미가 없는데도 자신을 찾아오는 관객들을 진심으로 대한다. “그가 구상하는 유머는 전형적인 ‘아재개그’예요. 중간에 이런 대사가 나오죠. ‘오늘 아침에 들깨수프를 먹었는데, 들깨를 먹으면 술이 들깨. 제 아재개그 힘드시죠? 그래도 조금만 참깨. 재미없어서 그만할 줄 아셨죠? 꿈깨!’ 첫 문장만 대본에 있는 거고, 뒤에는 제가 연구해서 만든 레퍼토리예요.”

남경주가 1막에서 퇴장할 때 ‘제가 이 허비가 보고 싶으셔도…’라고 말하니 객석에서 ‘참깨!’라고 화답한다. “그때 참 기분 좋았죠, 하하. 웃기는 데 성공해서라기보다 관객들에게 허비의 캐릭터를 잘 보여준 것 같아서요.”

20년간 짝사랑하는 순애보에, 광대로 살아가는 애환도 보여줘야 한다. 그런 허비보다 더 멋진 배역을 연기하고 싶진 않았을까. 그는 고개를 저었다. “사실 줄리안 마쉬 같은 역할이 연기하기는 더 쉬워요. 하지만 세상에 늘 카리스마 넘치고 멋있는 사람들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배우도 마찬가지예요. 캐릭터의 지질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게 배우의 역할이죠.”

그는 늘 순간을 즐기는 배우다. 요즘처럼 ‘전투적으로’ 작품을 함께 만들어나갈 때가 가장 설렌다고 했다. 후배들과 함께 KBS ‘불후의 명곡’에 출연해 우승할 수 있었던 것도 순간을 즐겼기 때문이라고 했다. “매일 연습이 끝난 뒤 오늘 연습이 즐거웠는지를 확인해봐요. 연습이 즐겁지 않다는 것은 매너리즘에 빠졌다는 의미거나, 뭔가 잘못하고 있다는 의미거든요. 앞으로도 늘 ‘깨어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관객들이 작품을 보고 얻어갔으면 하는 것은 무엇일까. “표현에 서툰 분이 많잖아요. 20년 만에 사랑을 고백한 허비처럼, ‘나도 서툴지만 오늘은 와이프에게 저런 말을 해볼까?’ ‘나도 저들처럼 즐겁게 살아볼까?’라는 생각이 드신다면 더없이 기쁠 것 같아요.”

그는 요즘 아홉 살짜리 딸을 보는 낙에 산다고 했다. 딸도 그를 닮아 노래를 좋아한다고 했다. “이렇게 딸바보가 될 줄은 몰랐다”고 말하는 남경주의 휴대폰 사진첩에는 그의 딸이 뮤지컬 넘버(삽입곡)를 부르는 영상으로 가득했다. 오랜만에 아내와 딸과 점심 약속이 있다며 떠나는 모습은 무대에서 본 ‘로맨티스트’ 그 자체였다.

글 = 고재연 , 사진-신경훈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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