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뮤지컬] 3인3색 휘트니 휴스턴, 누가 '보디가드'의 마음 사로잡을까
영화 ‘보디가드’의 가장 큰 매력은 ‘영원한 팝 디바’ 휘트니 휴스턴의 노래다. 2012년 뮤지컬 ‘보디가드’가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초연하고 아일랜드, 독일, 모나코, 네덜란드 등 유럽 전역에서 공연할 때마다 여주인공 레이첼 마론 역을 맡은 배우가 영화에서 휴스턴이 부른 노래를 얼마나 잘 소화하느냐에 이목이 집중된 이유다. 다음달 15일부터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아시아 초연되는 ‘보디가드’의 마론 역을 누가 맡느냐에도 국내 뮤지컬 팬들의 관심이 쏠렸다.

해외 제작팀은 6개월에 걸친 오디션을 통해 마론 역에 정선아와 이은진(양파), 손승연을 낙점했다. 누구의 공연을 보면 좋을지 고민하는 관객들을 위해 ‘3인 3색’ 매력 포인트를 소개한다.

뮤지컬계 최고의 디바, 정선아

올해 데뷔 15년차인 정선아는 뮤지컬계 최고의 디바로 꼽힌다. 능수능란한 가창력뿐만 아니라 섬세한 연기력으로 무대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올해 초 ‘보디가드’의 국내 초연 소식이 전해지자 많은 팬들은 휴스턴의 폭넓은 음역대와 원작의 슬픈 러브스토리를 함께 소화할 수 있는 배우로 정선아를 첫손에 꼽은 이유다.

‘보디가드’는 대니얼 래드클리프 주연의 연극 ‘에쿠우스’, 베네딕트 컴버배치 주연의 연극 ‘애프터 더 댄스’ 등을 연출한 테아 샤록이 무대화했다. 그만큼 음악적 이해뿐만 아니라 속도감 있게 전개되는 드라마에 대한 이해도 중요하다. 정선아는 ‘위키드’의 글린다, ‘데스노트’의 미사, ‘킹키부츠’의 로렌 등을 맡아 대체할 수 없는 매력을 뽐냈다는 호평을 받았다. 정선아는 “최근 밝고 사랑스러웠던 캐릭터로 자주 무대에 섰는데, ‘보디가드’를 통해 제 안에 있는 또 다른 진지한 면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박지훈 한국협력 음악감독은 “풍부한 성량으로 드라마틱한 무대를 선사할 ‘그레이티스트 러브 오브 올(Greatest love of all)’은 정선아 버전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호소력 짙은 감성의 목소리, 이은진

휴스턴의 명곡이 이은진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다시 태어난다. 10대의 나이에 성숙한 목소리로 가요계를 주름잡았던 이은진이 ‘보디가드’로 뮤지컬 무대에 데뷔한다. ‘양파’로 더 익숙한 그는 1996년 데뷔곡 ‘애송이의 사랑’으로 가요계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당시 고등학생이라고는 믿기 힘들 만큼 농익은 가창력을 구사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82만장의 앨범 판매량을 기록, 방송 3사는 물론 케이블 가요프로그램 1위를 휩쓸며 가요계의 역사를 새로 쓴 신예로 기억되고 있다. 한동안 방송 활동이 뜸했던 그는 MBC ‘나는 가수다’ 시즌 3에 출연, 가왕 결정전에서 가왕에 오르기도 했다. 최근에는 ‘불후의 명곡’ ‘신의 목소리’ ‘듀엣가요제’ 등 공중파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더욱 깊어진 목소리로 가왕다운 면모를 보여줬다.

뮤지컬계에서 수많은 러브콜을 받았지만 고사해온 그는 “휘트니 휴스턴의 음악을 듣고 가수가 되겠다는 꿈을 키웠다”며 “지금 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아서 선뜻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가 부르는 ‘아이 윌 올웨이즈 러브 유(I will always love you)’는 관객들이 가장 기대하는 넘버(뮤지컬 삽입곡)로 꼽힌다. 원곡을 자신만의 색깔로 표현해내는 데 탁월한 이은진이 감미로운 목소리로 들려줄 무대에 관심이 쏠린다. 이은진과 비슷한 소울풍의 가수 베벌리 나이트가 런던 웨스트엔드 장기 공연을 이끌었던 것도 그의 마론 역이 기다려지는 대목이다.

폭발적인 가창력, ‘괴물 보컬’ 손승연

‘괴물 보컬’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손승연도 마론 역으로 뮤지컬 무대에 도전한다. ‘보디가드’가 노래에 집중하는 콘서트형 뮤지컬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손승연의 활약이 기대된다. 2012년 엠넷 ‘보이스코리아’에서 우승하며 얼굴을 알린 그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깊이 있는 곡 해석력과 폭발적인 성량으로 대중에게 사랑받는 보컬로 성장했다. 최근에는 ‘불후의 명곡’ ‘듀엣 가요제’ ‘슈가맨’ 등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시원하게 내지르면서도 안정적인 고음을 선보이고,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는 데 있어 흡입력이 뛰어난 가수라는 것이 강점이다. 그는 강렬한 목소리로 카리스마를 보여줘야 하는 넘버 ‘퀸 오브 더 나이트(Queen of the night)’ ‘아이 해브 낫싱(I have nothing)’부터 감성적인 넘버 ‘런 투 유(Run to you)’까지 팔색조 매력을 뽐내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손승연도 다섯 살 때 휴스턴의 노래를 듣고 가수의 꿈을 키웠다. 그는 “무대에 서는 매 순간이 행복할 것 같다”며 “휴스턴을 사랑하는 마음만은 선배들에게 절대 뒤지지 않을 것”이라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본격적인 연습에 들어가기 전부터 개별적으로 연기 트레이닝을 받을 만큼 연기에서도 부족한 모습을 보이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