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역 일대가 유동인구는 많지만 너무 혼잡해 다른 곳보다 상권이 활성화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2일 건축도시공간연구소 김승남 부연구위원 등의 '서울시 주요 상업가로의 가로활력도 평가결과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강남역과 신촌역 일대와 서래마을 등 3곳 가운데 활력도 최고는 서래마을이고 최저는 강남역이었다.

유동인구가 많은 강남역 일대를 신촌역 일대나 서래마을보다 상권 등이 활성화된 거리로 평가하는 일반적인 인식과 배치되는 결과다.

이번 연구에서 거리활력도는 '1분 사이 너비 1m 거리를 지나간 보행자 수'를 의미하는 보행량과 보행자의 활동 중 '선택적·사회적 활동'이 차지하는 비율, 선택적·사회적 활동을 지속한 시간 등을 종합해 100점 만점으로 산출됐다.

선택적·사회적 활동은 덴마크 도시공학자 얀 겔이 제안한 옥외활동 유형 가운데 통학·통근 등을 목적으로 거리를 지나가는 필수적 활동을 제외한 활동이다.

벤치나 공원에서 다른 사람과 대화를 나누거나 가게를 둘러보며 쇼핑하는 등이 대표적인 선택적·사회적 활동이다.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면서도 단순한 보행자보다 거리에서 쇼핑이나 휴식 등을 즐기려는 사람이 많을 때 거리의 활력도는 높아진다.

강남역 일대는 보행량이 많으나 거리가 매우 복잡하고 여유공간이 없어 보행자들이 다양한 선택적·사회적 활동을 지속하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 강남역 조사지역의 거리활력도는 최고치도 47.3점에 그쳤다. 특히 이면도로(테헤란로5길) 한 곳은 활력도가 0점이었다.

신촌역 일대는 활력도 분포가 강남역보다 다양했다.

대중교통전용지구에 접한 조사지역은 단순히 지나가는 보행자만 많아 활력도가 낮았지만 백화점과 광장, 공원 등과 접한 조사지역은 활력도가 높았다.

백화점과 창천문화공원 주변 길(연세로5길·신촌로)과 음식점·카페가 몰린 신촌역에서 이화여대로 이어지는 길(연세로4길)은 활력도가 81.8∼99.9점에 달했고 큰길(대중교통전용지구) 쪽(연세로·명품길)은 0.1∼54.5점에 그쳤다.

서래마을은 보행량이 강남역이나 신촌역보다 두드러지게 적었지만 조사지역 활력도 평균값이 57.3으로 다른 곳(강남역 16.5·신촌역 35.5)보다 크게 높았다.

특히 서래마을은 조사지역 12곳 중 절반이 활력도가 85점 이상이었다.

서래마을도 큰길(서래로) 조사지역은 활력도가 한 자릿수에 그쳤지만 차량통행이 적고 공원과 쉼터가 곳곳에 조성된 이면도로 쪽은 활력도가 100점에 가까웠다.

김승남 부연구위원은 "강남역은 이동하는 사람들이 많을 뿐 대화 등 활동을 하는 공간이라고 하긴 어렵다"면서 "이런 경우 거리에 활력이 넘친다기보다 혼잡하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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