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정부세종청사는 온종일 술렁거렸다. ‘최순실 국정 개입 사건’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이 공모했다는 검찰 발표에 상당수 공무원이 충격을 받은 분위기였다. ‘대체 우리가 지금까지 누구를 위해 일한 건가’라는 자조 섞인 반응도 나왔다. 관료사회 허리인 젊은 사무관과 서기관들의 동요가 특히 심하다. 후배들의 존경을 한몸에 받던 최고 엘리트 선배마저 검찰 수사 대상에 올랐기 때문이다. 정권 말 국정을 지탱해야 할 관료사회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이날 강요미수 혐의로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조 전 수석은 2013년 손경식 CJ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이미경 CJ 부회장의 퇴진을 요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조 전 수석으로부터 박 대통령 지시에 따랐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직 고위 관료인 최모씨도 미르재단 설립 과정에서 ‘윗선’ 지시로 관계자들을 불러 몇 차례 회의를 주재한 이유로 검찰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조 전 수석과 최모씨는 모두 요직을 거친 엘리트 경제관료다. 선배들의 신망과 후배들의 존경을 받아 온 이들이 최순실 사건에 연루됐다는 사실만으로도 후배 관료들에겐 ‘쇼크’로 받아들여졌다. 관가에서는 ‘최순실 부역자 리스트가 있다더라’ ‘모 부처 장관은 벌써부터 야당에 줄을 댄다’ 등 흉흉한 소문도 퍼지고 있다.

한 국장급 공무원은 “‘정권이 시키면 따를 수밖에 없는 게 현실 아니냐’는 자조론과 ‘정권이 아니라 국민을 보고 일해야 한다’는 자성론이 혼재돼 있다”며 “정권 말 레임덕 시기에는 공무원이라도 중심을 잡고 일해야 국정이 돌아가는데 지금은 공무원조차 아노미 상태”라고 말했다.

세종=오형주/박한신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