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차갑고 독하게 그리고 끈질기게
검찰이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참으로 기가 막히고 충격적이다. 더구나 박근혜 대통령 측은 검찰 수사가 불공정하니 수사를 받지 않겠다고 한다. 사태가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검찰 수사 발표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기업에 특정인을 기업 임원으로 앉힐 것을 요구하고, 또 특정인을 재벌 그룹 부회장 자리에서 내쫓도록 강요했다. 대통령이 최순실과 특별 관계에 있는 회사의 홍보자료까지 건네면서 광고를 몰아주도록, 또 부품을 납품받아 줄 것을 요구했다니 귀가 의심스럽다. 나아가 대기업 팔을 비틀어 돈을 뜯어냈다. 검찰 발표대로라면 가히 조폭 수준이다. 그것만이 아니다. 장관 등 인사 관련 공무상 비밀 자료까지 함부로 유출시켰다 한다. 살아 있는 권력의 위세에 얼마나 제대로 밝혀졌을까. 필자는 빙산의 일각일 것으로 짐작한다.

대내외적 어려움 속에서 설상가상으로 국가 리더십까지 붕괴되고 있으니 참으로 화급한 상황이다. 이런 때일수록 집중하면서 하나씩 매듭지어 나가야 한다. 무척 고통스런 일이지만 무엇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철저한 진상 규명과 관련자들에 대한 엄중한 책임 추궁이다. 검찰은 남은 2~3주를 마지막 기회로 알고 투혼을 발휘해야 한다. 추후 특검과 국정조사를 통해 검은 뿌리를 완전히 뽑아내야 한다. 큰 비리일수록 철저한 진상 규명과 엄중한 책임 추궁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이런 부끄러운 사태가 더 이상 되풀이되지 않고, 흐트러질 대로 흐트러진 나라를 추슬러 바로 세우고 발전을 기할 수 있다.

국회도 사태 수습에 적극 나서 탄핵 절차에 바로 돌입해야 한다. 박 대통령 존재 자체가 이미 국민의 안위와 국가의 명운에 엄청난 타격을 줄 정도로 국가적 재앙이 됐기에 조금이라도 지체해서는 안 될 일이다. 국민의 울분은 이미 임계점에 다다랐다. 차갑고 독하게, 그리고 끈질기게 매듭을 지어야 한다. 미진하면 사태는 또 반복될 수 있다.

이상민 <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smlee@assembly.g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