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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조 쌓아놓고…5개월째 잠자는 자본확충펀드

입력 2016-11-21 19:44:58 | 수정 2016-11-21 19:44:58 | 지면정보 2016-11-22 A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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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재원이라더니
"한국형 양적완화 시급 한은도 일정한 역할 필요"
논란 거듭하다 7월 출범

활용 가능성은'제로'
대출금리 시중보다 높고 조건도 너무 까다로워
국책은행들 모두 외면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관료들만 몰랐거나 모른 척했던 거죠. 국책은행은 물론이고 금융권에선 누구나 예견했던 일입니다.”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의 구조조정 재원을 마련한다는 명분으로 지난 7월 초 조성된 총 11조원 규모의 ‘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가 다섯 달이 다 되도록 전혀 집행되지 않는 것을 두고 한 국책은행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기재부와 금융위, 한국은행 등이 태스크포스(TF)까지 만들어 두 달 가까운 격론 끝에 조성했지만 사실상 ‘무용지물’로 전락했다는 평가다. 사용 조건이 지나치게 까다로운 탓에 앞으로 구조조정 과정에서도 활용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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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양적완화’ 논란 시발점

자본확충펀드 설립은 지난 4·13 총선을 앞두고 여당인 새누리당의 선거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은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국형 양적완화’를 공약으로 내세운 것이 계기가 됐다. 기업구조조정과 가계부채 문제 해결에 통화당국인 한은도 일정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기재부, 금융위, 한은, 산은, 수출입은행 등은 지난 5월4일 일종의 TF인 ‘관계기관 협의체’를 구성하고 국책은행 자본확충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찬우 기재부 차관보가 총괄한 실무논의 과정에서 정부와 한은은 감정 싸움까지 하며 격론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한은이 국책은행에 직접 출자해야 한다”고 압박했지만 한은은 “대출을 통한 국책은행 지원이 바람직하다”며 버텼다.

이런 갈등 끝에 관계기관 협의체는 지난 6월 자본확충펀드 설립 방안에 합의했다. 한은의 대출을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자본확충펀드는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되는 채권’인 국책은행의 조건부자본증권(코코본드)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운용하기로 했다. 전체 펀드 규모는 11조원으로 정했고, 필요할 때마다 지원하는 ‘캐피털 콜’ 방식을 채택했다.

◆‘무용지물’ 자본확충펀드

지난 7월1일 한은은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자본확충펀드에 대한 대출 조건을 확정했다. 대출 조건은 매우 까다롭게 결정됐다. 우선 국책은행들이 펀드 지원을 받으려면 금통위로부터 ‘국민 경제와 금융 시스템 불안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인정받도록 했다. 또 국책은행들이 코코본드를 일단 시장에 팔아 보려다 실패할 때만 한은의 지원이 가능하도록 못 박았다. 도덕적 해이를 줄인다는 차원에서 대출금리도 시장금리보다 높아야 한다고 명문화했다. 이에 따라 신용보증기금 수수료 등 부대비용까지 감안하면 펀드를 통한 코코본드의 발행 비용은 시장금리보다 최소 0.2~0.3%포인트 높은 구조가 됐다.

국책은행 고위관계자는 “국책은행은 정부에 준하는 신용도를 갖고 있어 코코본드 발행에 아무 문제가 없다”며 “어느 국책은행이 시장에서 발행 가능한 코코본드를 더 많은 비용을 들여 자본확충펀드를 통해 발행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국책은행은 설정 당시부터 펀드는 아무 쓸모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고 펀드 존속 시한인 내년 말까지도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청산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지적했다.

수은은 자본확충펀드를 활용하지 않고 오는 24일 5000억원 규모의 코코본드를 독자적으로 발행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자본확충펀드가 기대했던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금융위기 등 비상상황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유용한 구조조정 수단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상열/하헌형 기자 mustaf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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