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유학(新儒學)의 대가' 두웨이밍 하버드대 교수 "리더에겐 '수신'이 '평천하'보다 어렵죠"
“《대학(大學)》에 유명한 구절이 나오죠?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몸과 마음을 닦아 수양하고 집안을 정리하며 나라를 다스리고 천하를 평정한다)’. 많은 사람이 이걸 ‘수신’에서 시작해서 ‘평천하’에서 끝나는 것이라 착각합니다. 하지만 자신과 집안, 나라와 천하를 다스리는 건 상호작용하는 일입니다. 절대 한쪽 방향으로 이뤄지는 게 아닙니다. ‘수신’과 ‘제가’, ‘치국’과 ‘평천하’ 중 가장 어려운 건 ‘수신’입니다. 특히 국가의 리더로선 더욱 그렇죠.”

중국 신유학(新儒學)파의 거두로 꼽히는 두웨이밍(杜維明·76·사진) 하버드대 중국학 종신교수 겸 베이징대 고등인문연구원장이 최근 방한했다. 그는 지난 17일 숭실대 한경직기념관에서 열린 ‘제5회 숭실석좌강좌’에서 ‘인류의 미래를 위한 유학의 지혜’를 주제로 강연하기 전 한경과 단독 인터뷰를 했다.

두 교수는 최근 국내에서 한창 뜨거운 ‘최순실 게이트’,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등 굵직한 시사 문제를 의식한 듯했다. ‘천하’를 대하는 자세와 진정한 리더십에 대해 유독 자주 언급했다. 그는 “천하란 하늘 아래 모든 것을 통칭하는 말이며, 이는 고대든 21세기든 똑같은 의미”라며 “사람도, 국가도 모두 천하의 일부분일 뿐이며 특정 국가가 천하의 전부라 말할 수 없다”고 했다. “많은 사람이 중화권에서 말하는 천하가 중국 또는 중화권을 상징한다고 말합니다. 그렇지만 그건 큰 오해입니다. 만물이 모두 천하의 일부분입니다. 천하가 평안하려면 곳간이 차고, 서로 소통도 잘 돼야 하지요.”

아울러 “문제가 많은 리더일수록 사생활도 엉망”이라며 “사람을 감화하고 설득하려면 먼저 스스로 모범을 보여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리더십엔 공과 사의 구분이 없으며 이것은 숙명”이라며 “리더는 자신의 주장을 강압적으로 내세우는 사람이 아니라 서로 다른 의견을 공정하게 조화로 이끄는 도덕성을 갖춘 사람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당선자에 대해선 비교적 날을 세웠다. 그는 “트럼프 당선자는 늘 자기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살아온 사람이기 때문에 인(仁)과 의(義)를 강조하는 유가의 정신과는 대치되는 인물이라 생각한다”며 “트럼프는 자신이 왜 리더로 뽑혔는지 잘 알아야 하며, 현재 경제를 비롯한 각종 분야에 불만이 가득한 미국의 민심을 다독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맹자(孟子)》에 보면 ‘무항산 무항심(無恒産 無恒心·생활이 안정되지 못하면 바른 마음을 유지하기 어렵다)’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각국에서 리더십 문제가 불거져 나오는 것도 결국 이 때문이라고 봅니다. ‘대통령 트럼프’는 모든 이를 풍요롭게 할 줄 알아야 할 것입니다.”

두 교수는 신유학에 대해 “유학은 원래 공자 이전부터 있던 학파며, 시대에 맞게 계속 변화해왔다”며 “유가와 불교, 서양의 기독교 등 여러 사상을 함께 연구해 유학을 ‘낡은 학문’이 아니라 ‘살아 숨쉬는 학문’으로 만들어가려 노력한다”고 요약했다. “유학은 자아 성찰과 사회 개선, 교육과 정치 참여 등 모든 사회 문제에 관심을 두는 학문입니다. 태생적으로 나라를 다스리기 위한 학문이었으니까요. 진정한 유학은 언제나 시대와 대화합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