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인터넷포털 바이두의 리옌훙(李彦宏·사진) 회장이 미국 실리콘밸리 인재들에게 구애의 손짓을 보냈다. 실리콘밸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반(反)이민정책에 불만이 크다는 점을 파고들었다.

20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리 회장은 지난 18일 저장성 우전에서 열린 세계인터넷대회에서 연설을 통해 “트럼프의 반이민정책에 불만이 있는 실리콘밸리의 소프트웨어 개발자, 엔지니어, 벤처기업인은 중국에 오면 환영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많은 미국 기업은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 미국의 혁신적인 에너지가 약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며 “그들이 중국으로 와서 중국이 세계의 혁신을 선도할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차기 트럼프 정부의 백악관 수석전략가 겸 수석고문을 맡은 스티브 배넌은 지난해 12월 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실리콘밸리 최고경영자(CEO)의 4분의 3가량이 아시아 출신 이민자”라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초대 법무부 장관에도 반이민주의자로 알려진 제프 세션스 상원의원이 내정돼 미국이 앞으로 불법이민자 추방은 물론 합법이민자 축소 정책까지 펼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은 인터넷산업에 대한 정부의 통제가 심한 것이 단점으로 꼽히지만 세계에서 인터넷 사용 인구와 스마트폰 사용자가 가장 많다는 건 최대 강점이라고 SCMP는 꼽았다. 미국 뉴욕타임스도 “중국 시장의 규모와 성장 속도를 감안할 때 페이스북과 구글 없이도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충분한 기회를 잡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의 온라인 구인업체 자오핀닷컴의 하오젠 수석컨설턴트는 “중국은 인공지능(AI) 등 분야에서 고급 인재를 절실하게 필요로 하고 있지만 중국의 교육시스템으로는 그런 첨단분야 인재를 육성하는 게 불가능하다”며 “바이두, 알리바바 등 중국 대표 인터넷 기업이 해외 인재 유치에 주력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는 이 같은 사정을 감안해 최근 비자 및 영주권 취득 조건 완화 정책으로 기업들의 해외 고급 인재 유치를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1월 중앙정부 차원에서 시행하던 해외 고급 인재 비자우대 정책을 지방정부의 55개 인재 유치 정책에도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올해 1월에는 중국판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베이징 중관춘에서 창업하는 외국인에게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영주권을 주는 정책을 내놨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