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집회 참가자들이 지난 19일 밤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경찰버스에 붙은 스티커를 떼고 있다. 시민들은 이날 “차벽을 꽃벽으로 만들자”며 꽃 모양의 스티커를 경찰차에 붙였다. 연합뉴스
촛불 집회 참가자들이 지난 19일 밤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경찰버스에 붙은 스티커를 떼고 있다. 시민들은 이날 “차벽을 꽃벽으로 만들자”며 꽃 모양의 스티커를 경찰차에 붙였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4차 촛불집회가 연행자 한 명 없는 ‘평화 시위’로 마무리된 배경엔 남을 배려하는 시민 의식이 있었다. 시위대를 막아선 의무경찰(의경)까지 챙기면서 ‘비폭력 시위’를 주도했다.

19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촛불집회 참가자 상당수는 경복궁 주변에 배치된 경찰 차벽에 꽃 스티커를 붙였다. 경찰 차벽을 ‘꽃벽’으로 만들자는 일종의 퍼포먼스였다. 스티커는 크라우드펀딩 예술단체 ‘세븐픽처스’에서 제작해 배포했다. 개나리, 나팔꽃 등 평화를 상징하는 꽃 모양 스티커였다.

경찰 차벽이 꽃벽으로 바뀌자 시민들은 경찰차에 달라붙어 스티커를 떼기 시작했다. 서울 노원구에서 온 박모씨(28)는 “나중에 스티커를 떼려면 의경들만 고생할 것 같아 다시 떼는 데 동참했다”고 말했다. 한 주 전 경찰과 대치했던 내자동로터리에선 학생들이 꽃과 핫팩을 선물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의경에 행패를 부리는 취객이 있으면 주변 시민들이 적극 만류하기도 했다. 취객을 만류하던 한 시위대는 “경찰이나 의경이 무슨 죄가 있느냐”며 “다 우리 아들이고 남동생인데 말썽부리지 맙시다”고 했다.

의경 아들을 둔 부모들이 집회 현장에 나타나기도 했다. 두 달 전 아들이 의경에 입대한 한 여성은 “아들이 차벽 뒤에 배치돼 있다”며 “지난주에도 집회 때문에 새벽 6시에 복귀했다고 들었는데 너무 걱정돼서 왔다”고 했다. 일부 의경 중대는 부모들에게 집회 당일 배치 위치를 공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모들에게 부대 소식을 전하는 소통 창구인 네이버 ‘밴드’ 그룹 채팅방을 통해서다. 한 기동대 소속 경찰관은 “아들을 걱정하는 부모님이나 남자 친구를 찾는 여성 분들이 종종 현장에 온다”면서 “업무 시간이기 때문에 찾아온다고 해서 면회가 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박상용/김동현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