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말기에 여당 당직자로 파견 나와 있는 게 잘하는 일인지 모르겠습니다.”(새누리당 소속 수석전문위원인 A씨)

중앙부처 A국장은 올초 새누리당 수석전문위원으로 신분이 바뀌었다. 파견 형식인데 공식적으론 파견이 아니다.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이들이 당 전문위원으로 나가기 위해선 사표를 쓴다. 공무원이 아니기에 집권 여당 당원으로도 가입해야 한다. A씨처럼 새누리당 수석전문위원으로 일하고 있는 공직자는 18명이다.

수석전문위원 제도는 관료들에게 ‘양날의 칼’로 인식된다. 평생 관료로만 살아온 그들에게 여당 실세 의원들과 안면을 트고 친분을 쌓을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고위직으로 올라갈수록 필요한 정무적 감각도 키울 수 있다. 무리 없이 일을 마치면 대개 국장(2급)에서 실장(1급)으로 승진해 복귀하는 코스로 관행처럼 자리 잡았다.

한 경제부처 국장은 “특히 정권 초기엔 청와대 파견 근무와 함께 여당 수석전문위원 자리도 꽤 인기가 있다”며 “정권 5년 임기 내내 자리를 보장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했다. 박근혜 정부 초기 파견된 B국장은 1년 뒤 1급으로 복귀했다가 ‘명퇴’를 당할 뻔했지만 여권 실세들과 친해진 덕에 산하 청장으로 영전했다.

반면 정권의 힘이 떨어지는 집권 말기로 가면 파견을 기피하는 현상이 벌어진다. 야당으로 정권이 교체되거나 여당이 다시 대선에서 이긴다고 해도 계파가 다른 쪽이 집권하면 ‘전 정권 사람’으로 찍힐 수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말기 당 수석전문위원을 지낸 모 경제부처 C국장은 부처 내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에이스’였다. 같은 여당이 정권을 물려받았지만 그는 부처 복귀 후 한직을 떠돌다 1년 만에 옷을 벗어야 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