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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인터뷰] 랄프 해머스 ING그룹 CEO "고객 클릭수 줄이면 직원들 파티 열어주는 것이 ING의 디지털 혁신"

입력 2016-11-20 19:25:05 | 수정 2016-11-21 10:17:14 | 지면정보 2016-11-21 A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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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단독 인터뷰

우체국 안가도 집에서 웹캠으로 계좌 트고
스마트폰 결제에도 보안카드·비밀번호 필요없어
디지털 혁신으로 최근 2년간 고객 300만명 늘어
9월 서울에 지점 개설…유럽 투자 길잡이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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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 기업들의 부상, 세계적인 저성장·저금리 추세,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혹독해진 자본건전성 규제…. ‘은행업이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는 말은 과장이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네덜란드 최대 은행 ING그룹은 ‘은행업도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금융회사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한국 ING생명을 비롯한 세계 보험 자회사들과 미국 영국 캐나다의 ING다이렉트를 매각해야 했지만, 네덜란드 정부에 구제금융을 다 갚은 2014년 이후에는 1년에 150만명씩 고객을 늘려가고 있다. 지난 2년여간 대출 자산은 560억유로(약 70조원) 증가했다. 135년 역사의 ING그룹이 다시 성장에 속도를 붙일 수 있었던 비결은 ‘디지털 혁신’이다. 혁신을 이끄는 이는 2013년 10월부터 ING그룹의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는 랄프 해머스 회장. 최근 한국을 방문한 해머스 회장을 만났다.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자 세계 금리가 오르고 있습니다.

“미국 경제는 금리 인상을 감내할 만한 수준으로 좋아졌습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다음달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유럽 경제는 다릅니다. 소비자신뢰지수가 높아지고 실업률이 떨어지는 등 완만하게 개선되고는 있지만 아직 금리 인상을 논할 단계는 아닙니다. 유럽 중앙은행(ECB)은 내년 3월 종료되는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연장할 것으로 봅니다. ”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의 영향은 얼마나 느끼고 있습니까.

“영국 파운드화가 폭락한 것을 보면 영국에는 분명 부정적 영향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유럽의 다른 국가들은 아직 뚜렷한 변화를 느끼고 있지 않습니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불확실성입니다. 우리는 하드 브렉시트를 점치고 있지만 하드 브렉시트인지 소프트 브렉시트인지 자체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불확실성 때문에 기업들이 앞으로 2~3년간 투자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이는 영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유럽 전체의 문제입니다.”

▷강화된 자본건전성 규제도 유럽 은행들에는 불리한 환경인 것 같습니다.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봅니다. 유럽 경제는 80%가 은행에 의존하는 시스템입니다. 미국은 정반대입니다. 경제의 80%가 자본 시장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유럽도 자본 시장이 더 발달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져야 합니다. 지난 9월 ING가 서울에 증권 지점을 개설한 이유입니다.”

▷ING 서울 증권 지점 개설과 어떤 관련이 있습니까.

“연기금 보험사 등 한국의 기관투자가들이 유럽 시장에 들어와 부동산, 인프라 같은 장기 자산에 많이 투자해주는 것이 유럽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는 뜻입니다. 은행들은 자산을 장기로 보유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등으로 장기 투자 자산을 늘려야 합니다. 예를 들어 발전소를 짓는 데 돈이 필요하다면 은행이 일단 대출을 해준 뒤 이를 5년, 7년, 15년, 20년짜리 상품으로 재가공해 각 투자자의 입맛에 맞게 재분배할 수 있습니다. 이런 역할을 ING가 담당할 수 있습니다.”

▷ING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그룹의 주력이던 보험사들을 모두 매각했습니다.

“금융위기 당시 네덜란드 정부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은 대가를 치른 것입니다. 네덜란드 정부와 ECB로부터 회사의 구조를 간단하게 바꾸라는 요구를 받았고 이를 위해 6년여간 50여건의 자산 매각 거래를 해 400억유로(약 50조원)가량의 자본을 확충했습니다.”

(ING그룹은 2014년 11월 네덜란드 정부에 100억유로(약 12조5000억원)의 원금과 35억유로(약 4조3800억원)의 이자 상환을 모두 완료했다. 한국 ING생명 등 세계 보험 계열사들을 모두 매각해 은행 중심의 금융그룹으로 재탄생했다.)

▷저금리 환경과 금융 규제 강화로 ING그룹도 고전하고 있을 것 같은데요.

“그렇지 않습니다. ING는 (구제금융을 모두 갚은) 2014년 말부터 약 2년 동안 300만명의 고객을 새로 유치했고 대출 자산은 560억유로(약 70조원) 늘어났습니다. 저금리 때문에 수익 폭은 줄어들고 있지만 대출 자산의 규모를 계속 키우면서 오히려 전체 수익은 증가하고 있습니다.”

▷투자와 소비가 위축된 유럽에서 어떻게 가능한가요.

“소매 금융 분야에서는 디지털 투자를 통해 고객 기반을 성장시키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독일에서 지난 15년 동안 800만명의 고객을 새로 확보했습니다. 하루에 1000명씩 고객이 늘어나면서 독일에서 세 번째로 큰 은행으로 성장했습니다. 그런데 오프라인 지점은 한 군데도 없습니다. 온라인·모바일 등 디지털에 투자하면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고객 기반을 늘릴 수 있습니다. 지난달 8억유로(약 1조원) 규모의 추가 디지털 투자 계획을 발표한 이유기도 합니다. 기업 금융 분야에서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 머물지 않습니다. 미국, 중남미 등 43개국에 진출했습니다. 특히 아시아에서 굉장히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전통 및 신재생에너지, 전력, 텔레콤, 인프라 등의 분야에 전문성을 갖추고 있습니다.”

▷디지털 투자는 모든 은행이 하고 있는데 ING가 앞서가는 이유는.

“고객 편의적인 서비스입니다. 우리는 3년 전부터 ‘앞서 생각하기 전략(Think Forward Strategy)’을 실행하고 있습니다. 핵심은 은행 업무를 고객에게 ‘위임’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고객이 최대한 쉽고 간편하게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고객이 선택해야 하는 상품의 숫자는 최소화하려고 합니다. ING에서는 고객이 온라인으로 은행 업무를 보기 위해 필요한 클릭 수를 두 개 줄이면 축하 파티를 엽니다. 하지만 새로운 수신 상품을 개발했다고 축하 파티를 열지는 않습니다.”

▷상품 수를 줄이려는 이유는 뭔가요.

“예를 들어 고객이 3분 동안 지하철을 기다리면서 스마트폰을 활용해 저축 계좌로 돈을 송금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7개의 서로 다른 조건을 갖춘 계좌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과연 고객이 좋아하겠습니까. 대부분의 은행은 다양한 상품을 내놓고 싶어하지만 우리는 최대한 선택권을 적게 주려고 합니다.”

▷디지털 투자는 주로 어느 분야에서 이뤄집니까.

“기술입니다. 우리는 기술 개발을 통해 어떻게 하면 은행 업무를 더 쉽게 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독일 고객은 1년 전만 해도 ING은행 계좌를 개설하기 위해 우체국에 가서 신분증을 보여주고 본인 확인을 해야 했습니다. 지점이 없기 때문입니다. 지난 1년여간 우리는 기술을 개발하고 독일 금융당국을 설득해 더 이상 우체국에 가지 않아도 되도록 만들었습니다. 컴퓨터 웹캠 기술을 통해서입니다. ING 계좌를 개설하고 싶으면 웹캠에 자신의 얼굴과 신분증을 함께 보여주면 됩니다. 스마트폰으로 결제할 때에는 보안카드나 비밀번호도 모두 필요없습니다. 지문만 있으면 됩니다.”

▷핀테크 기업들은 ING에 경쟁자인가요.

“우리는 세계에서 55개의 핀테크 기업과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업무 협력도 많지만 합작사를 세우기도 하고 필요한 경우 지분 투자도 합니다. 핀테크 기업들도 우리와 일하고 싶어합니다. ING는 금융당국의 규제를 받는 대형 금융회사이면서도 기업가정신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그들도 잘 알기 때문입니다. 우리를 통하면 세계 3500만명의 고객 기반에 접근할 수 있다는 점도 그들에겐 큰 매력입니다.”

▷어떤 핀테크 기업에 투자했습니까.

“지난해 미국의 캐비지(Kabbage)라는 중소기업 대출 회사에 투자했습니다. 식당 주인이 인테리어 공사를 위해 은행에서 10만달러를 빌리고 싶다고 가정해봅시다. 일반 은행에 가서 대출을 요청하면 보통 여신 심사에 3주가 걸립니다. 캐비지는 빅데이터 알고리즘을 통해 10분이면 결과를 알려줍니다. 올해 초에는 홍콩의 온라인 대출 서비스 회사인 위랩(WeLab)에도 투자했습니다. 아직 캐비지나 위랩을 통한 대출 규모는 미미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것이 금융의 미래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랄프 해머스는 누구?

ING그룹 이사회가 2013년 10월 얀 호먼 전 회장의 후임으로 당시 ING은행 벨기에 법인장을 맡고 있던 랄프 해머스(50)를 지명했을 때 해머스 자신을 포함한 ING 모든 임직원은 귀를 의심했다. 그의 나이가 46세에 불과했고 일개 해외 법인의 CEO였을 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25세 나이로 ING은행의 전신인 NMB포스트뱅크에 입사한 1991년부터 회사는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1999년 당시 영화 제작에 자금을 대는 미디어 금융을 담당하던 해머스 회장은 갑자기 최악의 실적을 보이던 루마니아 지점장으로 발령났다. 그는 “돌이켜보면 그때 나에 대한 테스트가 시작된 것 같다”고 했다. 3년 동안 루마니아에 있으면서 그는 150명의 직원을 450명으로 늘렸다.

이후 그는 3년마다 자리를 옮기며 승진을 거듭했다. 2002년 ING은행 네덜란드 법인의 경영위원회 위원이 됐고 2005년 네덜란드 법인 CEO로 승진했다. 2007년에는 상업은행 부문 , 2010년에는 소매은행 부문 글로벌 대표가 됐다. 2011년에는 ING은행의 최대 법인인 벨기에·룩셈부르크 법인 CEO로 승진했다.

회사 내부에서는 지시보다 직원들의 의견을 듣는 ‘경청’의 리더십과 전 세계에 걸친 고객 네트워크를 그의 성공 비결로 꼽는다. 해머스 회장이 가장 좋아하는 책은 사이먼 사이넥이 2011년 쓴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Start with Why)》다.

랄프 해머스 ING그룹 회장 프로필

△1966년 네덜란드 출생
△네덜란드 틸뷔르흐대학 경영과학 석사
△1991년 ING은행 입사
△2005년 ING은행 네덜란드 법인 CEO
△2011년 ING은행 벨기에 법인 CEO
△2013년 ING그룹 최고경영자(CEO) 및 회장으로 선임

글=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
사진=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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