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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사이드 人터뷰] 한국인 첫 '큐그레이더' 서필훈 커피리브레 대표

입력 2016-11-18 17:54:48 | 수정 2016-11-18 20:20:33 | 지면정보 2016-11-19 A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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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팅한 원두 마음에 들지않아
4000만원어치 버리기도 했죠
스스로 만족하는 커피만 내놔요"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기사 이미지 보기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커피리브레’는 스페셜티 커피를 좋아하는 마니아 사이에서 가장 유명한 카페 가운데 하나다. 세계 곳곳에서 가져온 스페셜티 커피를 판다. 커피리브레를 운영하는 서필훈 대표는 한국인 최초의 ‘큐그레이더’로 유명하다. 일반적으로 원두를 감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을 커퍼(cupper)라고 한다. 이를 미국스페셜티커피협회(SCAA)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한 자격증이 큐그레이더다. 서 대표를 지난주 서울카페쇼 행사가 열린 삼성동 코엑스에서 만났다.

커피는 ‘예술작품’, 하늘 아래 같은 커피는 없다

서 대표가 처음부터 이 일을 하려 했던 것은 아니다. 고려대에서 서양사학을 전공하고 대학원까지 진학했다. 하지만 연구실의 단조로운 일상이 지루했다. 그는 “재밌는 일을 하며 살고 싶었다”고 했다. 고민하던 그는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하면서 커피에 흥미를 갖게 됐다. 이 일이라면 평생 해도 즐거울 것 같았다. 본격적으로 커피를 배우기 시작했다. 2008년 큐그레이더 자격증을 땄다.

그는 스스로를 ‘커피 장인’이라고 불렀다. 그에게 커피는 ‘작품’이다. 예를 들어 원두를 로스팅할 때 단순히 원두를 불에 볶는 것 같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다. 그는 “실내 온도, 기압, 습도, 바람 세기 등 환경과 원두의 조밀도, 크기, 수분 활성도 등까지 모두 고려해야 완벽한 로스팅이 가능하다”며 “기존과 똑같이 로스팅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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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팅한 원두가 맘에 안 들어 1t 정도를 버린 적도 있다. 돈으로 환산하면 4000만원이 넘는다. 아깝다는 생각은 안 들었다. 그는 “미술가가 그린 그림이 아깝다고, 망친 그림을 팔지는 않는다”며 “장인은 원하지 않는 작품은 버리면서 스스로를 완벽하게 완성해가야 한다”고 말했다.

서 대표는 가장 좋은 품질의 커피를 팔기 위해 원두 고르는 일부터 직접 한다. 1년에 100일 이상 해외 산지를 돌아다니며 원두를 고르고, 구입한다. 거래하는 농장만 12개국에 100개가 넘는다. 거래할 농장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사람이다. 그는 “커피도 농작물이기 때문에 일조량, 강우량 등 환경에 많은 영향을 받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커피를 키우는 사람이 얼마나 커피를 사랑하고, 품질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열정이 있는지”라며 “그게 갖춰지면 일정 품질 이상의 커피가 생산된다”고 말했다.

믹스커피 대체할 때까지 커피전문점 늘어날 것

한국에선 커피 인기가 몇 년째 계속되고 있다. 커피전문점 포화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또 저가 커피전문점, 편의점 커피, 배달 커피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쟁자가 나타나고 있다. 그는 한국에서 불고 있는 커피전문점 유행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한국에서 믹스커피를 마시던 사람들이 원두커피로 옮겨가고 있다”며 “미국의 인스턴트 커피 비율이 10%인데, 한국은 80~90%에 달하기 때문에 이 비율이 줄어들 때까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 번 원두커피를 맛본 사람은 다시 믹스커피를 마시던 때로 돌아갈 수 없다고 했다. 서 대표는 “커피는 원두가 재배되는 지역, 원두 품종, 로스팅 방법, 추출 방법 등에 따라 맛이 다 달라진다”며 “단조롭지 않고 늘 새로운 커피를 맛볼 수 있다는 다양성이 원두커피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그는 커피를 맛있게 마시고 싶은 사람들에게 “조금만 커피를 공부해도 맛이 달라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예를 들어 커피 원두는 원산지에 따라 맛이 다르다. 아프리카, 남아메리카에서 자란 원두는 향이 풍부하고 산미가 있다. 반면 인도 등 아시아 지역에서 난 원두는 산미가 적으면서 단맛 등과의 균형이 좋다. 서 대표는 “아프리카와 남미 커피는 축제처럼 화려하지만 아시아 커피는 유심히 보지 않으면 지나칠 수 있는 수수하고 단아한 아름다움이 있다”며 “관심을 기울이면 누구나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원두 농장도 구입…최고 품질의 커피 소개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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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티 커피만 마실 것 같지만 그는 커피전문점 커피도 좋아한다고 했다. 가장 좋아하는 곳은 스타벅스. 그는 “미국 현지에서 먹는 것보다는 원두가 신선하지 않아 맛이 덜하지만 충분히 맛있다”며 “미국에서 로스팅한 원두를 한국에 가져와서 파는 기술력과 품질 유지 시스템이 대단하다”고 말했다.

서 대표는 “탄 맛이 느껴질 정도로 로스팅을 세게 해 원두 본연의 맛을 잃게 했다고 욕하는 사람도 많지만 아주 영리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며 “프라푸치노 등에서도 커피 맛이 약해지지 않고 풍미를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커피리브레를 스타벅스 같은 대규모 커피전문점으로 키우겠다는 꿈을 꾸진 않는다. 커피리브레 매장은 서울 연남동과 반포동 명동 영등포에 네 곳이 있다. 추가로 매장을 낼 생각은 없다고 했다. ‘원두를 로스팅한 뒤 1주일 안에 판다’는 원칙에 어긋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엔 남아메리카 니카라과에 있는 원두 농장을 구입했다. 직접 원두를 재배해 더 좋은 커피를 팔고 싶은 욕심에서다.

그는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좋은 품질의 커피를 파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커피를 알아가고 그것을 나누는 것 자체로 이 일은 의미있다”고 말했다.

커피 원두 감별사 '커퍼'&'큐그레이더'
와인 소믈리에처럼…원두 품질·커피 맛과 향 감별


커퍼(cupper)는 원두의 품질을 감정하는 전문가를 말한다. 와인을 감별하는 소믈리에와 같은 역할을 한다. 바리스타가 다양한 종류의 원두로 커피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커퍼는 커피의 원재료인 원두의 품질을 평가하고 커피의 맛과 향을 감별한다. 새로운 조리법과 커피 상품도 개발한다.

커퍼는 커핑(cupping)이라는 과정을 통해 원두 품질을 결정한다. 커핑은 같은 모양의 잔에 여러 커피를 동시에 넣고 테이스팅하는 과정이다. 커퍼는 먼저 커피의 향을 맡고 이후 후루룩거리며 마신다.

후루룩 소리를 내는 것은 혀 전체에 커피를 닿게 해 다양한 맛을 느끼려 하는 행동이다. 하루에도 수백 잔의 커피맛을 봐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 마신 커피를 뱉어낸다.

서필훈 대표는 커퍼에게 가장 중요한 재능은 ‘상상력’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 가져와서 로스팅한 뒤 특정 추출 도구를 이용했을 때 어떤 맛일지 머릿속으로 상상해야 한다”며 “단순히 원두에 점수를 주는 것보다 그 맛을 어떤 손님이 좋아할지 등 다양한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큐그레이더는 미국스페셜티커피협회(SCAA)에서 시행하는 국제공인 커피감별사 자격증이다. 커퍼 중에서는 큐그레이더 자격증이 있는 사람도 있지만, 없는 사람도 많다. 2012년부터 한국에서도 큐그레이더 자격증 시험을 볼 수 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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