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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세상을 바꿀 혁신도 기본에서 시작된다

입력 2016-11-18 17:43:26 | 수정 2016-11-18 21:59:38 | 지면정보 2016-11-19 A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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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패션 석권 스페인 SPA '자라'
선장은 흙수저 출신 오르테가 회장
그의 삶은 기본가치에 충실했다"

박희권 < 주 스페인 대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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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포브스지가 공개한 세계 최고 부자는 스페인 패션그룹 인디텍스의 아만시오 오르테가 회장이다. 그는 세계 10대 부호에 나란히 이름을 올린 빌 게이츠, 워런 버핏, 마이클 블룸버그 등 익히 알려진 엘리트 최고경영자(CEO)들과는 출발점이 다르다. 고등학교도 채 마치지 못한 ‘흙수저’ 출신이기 때문이다. 14살 어린 나이에 양품점 점원으로 시작한 그가 당대 최고의 부자가 된 비결은 무엇일까.

스페인 북부 소도시에 있는 인디텍스 본사. 지난해 이곳을 방문한 필자는 그의 인생과 경영철학에서 깊은 감명을 받았다. 밑바닥부터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는 늘 고객의 입장에 서서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일지 고민했다. 결론은 어떻게 하면 고객의 취향에 맞는 옷을 적절한 품질과 가격으로 적시에 제공할 수 있는가였다.

과거 패션산업은 유명 디자이너가 주도했다. 디자이너가 다음 시즌 유행을 제시하며 옷을 디자인하면 이를 대량생산해 판매하게 되는데 고객들은 수개월을 기다려야 했다. 오르테가 회장은 이를 뒤집었다. 대량생산 시대가 가고 ‘대량 주문생산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직감한 그가 시장과 고객의 변화에 재빠르게 대응한 것이다. 빅데이터의 활용은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자의 욕구파악을 가능하게 했다. 원자재 구매-디자인-제작-유통-판매 등 일련의 과정을 수직통합해 생산주기를 2주로 앞당겼다. 기존 패션업계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발품을 팔며 현장의 전 과정을 온몸으로 체화하고 꼼꼼하게 관찰한 것을 바탕으로 혁신을 구상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스페인, 포르투갈, 모로코를 중심으로 구축된 세계 최고의 공급망 덕분에 소비자들은 2주마다 새로운 옷을 접하게 됐다.

오르테가 경영의 또 다른 핵심은 사람이다. 그는 늘 직원들의 말을 경청하고 경영에 반영한다. 인디텍스의 신제품 구상도 개별 상점의 매니저나 디자이너들의 현장 목소리를 바탕으로 한다. 자신을 내세우지도 않고 언론 노출도 자제한다. 오늘의 성공이 자신만이 아니라 모든 구성원의 노력이 결합된 결과라고 믿기 때문이다. 일반 의류업체가 매출의 3~5%를 마케팅 비용으로 사용하는 데 비해 인디텍스 그룹은 0.3%만을 사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도시의 한복판에 큰 건물과 랜드마크를 세워 자신의 성공을 나타내지도 않는다. 화려한 환경적 요인에 의해 순수했던 초심과 혁신의 동기가 사라지는 것을 경계해서라고 한다. 상대적으로 낙후된 스페인 북부 갈리시아에서 인디텍스는 3만명의 고용을 창출하며 지역경제의 중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스페인 사람들의 평가도 매우 좋은 편이다. 이곳에서 그는 검소한 일꾼의 이미지로 각인돼 있다. 법정분쟁이나 노사갈등, 인권침해 문제로 구설에 오른 적도 거의 없다. 얼마 전 현지 신문에서 자신의 80번째 생일을 맞아 직원들이 마련한 깜짝 파티에 감동해 눈물을 흘렸다는 기사를 읽은 기억이 난다.

그의 성실하고 겸손한 태도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매일 동네 커피숍을 이용한다. 회사에는 제대로 된 개인 집무실조차 없다. 구내식당에서 직원들과 식사하고 토론하며 새로운 사업을 구상한다. 어릴 적 어머니가 동네 가게 주인으로부터 외상값 때문에 채근당했던 기억을 늘 되새기며 검소한 생활을 몸소 실천한다.

오늘날 우리 젊은이들의 현실은 암담하다. 원하는 직업을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가 됐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은 이제 속담으로만 존재할 뿐이다. 스펙 쌓기에 열중하면서도 이것이 미래를 위해 의미 있는 투자인지 쓸모없는 시간낭비인지 모른 채 끊임없이 표류한다. 고객만족, 성실, 겸손, 초심과 같은 기본 가치에 충실함으로써 세계 최고 갑부에 오른 오르테가 회장. 그의 성공스토리가 우리 젊은이들에게 깊은 희망의 울림으로 다가가길 바란다.

박희권 < 주 스페인 대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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