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생로병사의 비밀', 매회 10% 시청률…14년 장수 비결은 '신뢰'
KBS 1TV ‘생로병사의 비밀’이 지난 16일 600회를 내보냈다. 2002년 10월29일 ‘성장호르몬, 현대판 불로초인가’ 편으로 출발한 지 14년 만이다.

‘생로병사의 비밀’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우리 몸의 건강과 식습관, 운동, 질병, 대안 의학, 최첨단 의학 기술 등을 깊이 있게 다루며 국내 대표 건강의학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다. 의학·건강 정보를 전달하며 생활 문화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2003년 방송된 ‘걷기 혁명 530’ 편은 걷기 열풍을 일으켰고, 2004년 ‘반신욕’ 편은 목욕 문화를 바꾸는 계기가 됐다. 스타 배우를 내세워도 시청률 3~4%대에 머무르는 드라마가 드물지 않은 요즘 이 프로그램은 매회 10% 가까운 시청률을 기록하며 사랑받고 있다.

KBS '생로병사의 비밀', 매회 10% 시청률…14년 장수 비결은 '신뢰'
장성주 KBS TV프로덕션장은 이 프로그램의 장수·인기 비결로 균형 잡힌 정보에서 오는 ‘신뢰성’을 꼽았다. 방송에서 다루는 주제에 대해 국내외 최고 권위자들에게 검증받고, 최신 의학 정보를 전달하며 시청자로부터 신뢰를 얻었다는 것이다. 종합편성채널 등이 앞다퉈 내놓는 건강정보 프로그램이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제공하거나 ‘쇼닥터’(병원 홍보 등을 위해 방송에 출연하는 의료인) 문제로 종종 물의를 빚는 것과는 다르다는 설명이다. 장 프로덕션장은 “최근 종편과 케이블 TV 등을 보면 검증되지 않은 속설이나 비과학적인 민간요법으로 시청자를 현혹하는 건강정보 프로그램이 많다”며 “우리는 공익성과 신뢰도 높은 건강의학 정보를 전달하고자 부단히 노력한다”고 강조했다.

의학 정보에는 한 가지 정해진 답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제헌 TV프로덕션4팀장은 “간단한 약 한 알을 먹을 때조차 주의해야 할 점이 많듯이 의학 정보를 다룰 때는 반드시 부작용이나 반대되는 것을 같이 언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유행하는 ‘지방 다이어트’도 단기적으론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그렇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을 함께 다뤄야 하지만 그런 중요한 맥락은 자르고 전달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는 방송 프로그램이 사회적 역할을 망각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생로병사의 비밀’이 나아갈 방향은 무엇일까. 이 팀장은 “내년부터 사회적 변화가 개인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집중적으로 다룰 것”이라고 밝혔다. 이 프로그램은 야간 근무를 포함한 교대 근무가 개인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반려견과의 생활과 교감이 건강에 미치는 효과가 무엇인지 등 사회적 변화와 건강의 상관관계 등을 다룬 바 있다. 바쁜 일상에 쫓겨 빠른 식사의 늪에 빠져 있는 직장인에게 ‘씹기’가 뇌에 미치는 영향도 살펴봤다. 이 팀장은 “급증하는 1인 가구가 개인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다룰 계획”이라며 “독거노인과 홀로 사는 청년 세대에 초점을 맞춰 살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