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영재 발굴단', 영재는 탄생하는 게 아니라 발굴되는 것
SBS ‘영재 발굴단’에서 소개된 준혁 군의 이야기는 굉장히 드라마틱하다. 그리고 결국 자신이 좋아하는 걸 할 때 그 결과가 생각보다 엄청난 것이 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준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것은 준혁 군의 부모다. 그들은 아이가 남들이 공부할 때 지하철을 타러 나간다고 해도 그 흔한 잔소리 한 번 하지 않는다. 가상노선을 만들자 그걸 들고 대전에 내려가 담당 부서를 함께 찾은 것도 엄마였다. 보통의 부모라면 어땠을까. 아이의 엉뚱한 재능을 과연 그대로 두고 마음껏 하게 해줄 수 있었을까.
이 프로그램이 보여주는 것은 영재들의 놀라운 재능만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 재능을 발견하고 제대로 발현되도록 해주는 주변 사람들의 역할이다. 이 프로그램은 영재들의 성공적인 사례만을 보여주지 않는다. 18개월부터 상모돌리기를 했다는 국악 신동 표지훈 군의 이야기는 과도한 엄마의 강권이 오히려 아이를 불행하게 해 그 영재성을 사라지게 할 수도 있다는 걸 보여준다. ‘영재 발굴단’은 전문가를 투입해 엄마가 스스로 생각을 바꾸게 한다. 그러자 지훈이는 더 즐겁게 국악에 빠져든다.
어른들의 눈에는 사소해 보여 재능이 맞는지 의심스러운 것들이 존재한다. 열한 살 김건 군은 자동차 미니어처에 푹 빠져 일찍부터 자동차에 관심을 가졌고, 아파트 옥상에서 지나가는 차의 윗부분만 보고도 연식과 기종을 맞히는 놀라운 능력을 보여줬다. 이것이 무슨 특별한 재능이 될까 싶지만, 이 아이는 실로 놀라운 일을 해낸다. 폐쇄회로TV(CCTV)에 흐릿하게 찍혀 경찰도 확인할 수 없던 뺑소니차의 기종과 연식을 정확히 맞혀 뺑소니범을 검거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건이는 경찰청 표창을 받았고, BMW가 만든 ‘퍼스트 드라이브(First Drive)’ 콘셉트의 광고 모델이 됐다.
‘영재 발굴단’은 세상에 놀라운 영재들이 넘쳐난다는 걸 알려준다. 청각장애가 있지만 문학에 남다른 재능을 보여주는 ‘문학 영재’도 있고, 여섯 살 때 고등 수학인 루트 문제를 푸는 ‘수학 영재’도 있다.
이 프로그램은 말한다. 제아무리 그들이 영재라 해도 그 재능을 제대로 지지해주는 부모나 학교, 나아가 사회가 없다면 그 재능은 사라지고 만다고. 획일적인 교육이 아니라 아이의 영재성을 제대로 키워주는 교육, 그래서 영재가 영재로 자랄 수 있게 하는 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고. 제목이 말하듯 영재는 그저 탄생하는 게 아니라 사회에 의해 발굴되는 것이라고.
정덕현 < 대중문화평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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