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영재 발굴단', 영재는 탄생하는 게 아니라 발굴되는 것
열세 살 소년 이준혁 군은 ‘지하철 영재’로 불린다. 지하철이 너무 좋다는 소년은 그래서 전국에 있는 지하철 노선을 전부 외우고, 역 이름의 한자와 유래까지 알게 됐다. 역 간 거리는 물론이고, 그 역의 몇 번 출구로 나가면 어떤 거리가 있는지 다 외우며, 심지어 역의 상권이나 유동인구, 교통까지도 파악하고 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지하철을 타는 건 소년의 유일한 놀이. 그런 준혁이는 이제 아예 대전처럼 아직 노선이 없는 곳에 가상노선을 설계한다. 상권, 유동인구, 교통을 염두에 두고 환승역을 하나하나 결정해서 만든 노선이다. 엄마와 함께 대전의 지하철 노선을 계획하고 있는 담당 부서를 찾아가 그 노선을 보여줬더니 전문가들이 깜짝 놀란다. 자신들이 계획하고 있는 노선과 거의 일치했기 때문이다.

SBS '영재 발굴단', 영재는 탄생하는 게 아니라 발굴되는 것
SBS ‘영재 발굴단’에서 소개된 준혁 군의 이야기는 굉장히 드라마틱하다. 그리고 결국 자신이 좋아하는 걸 할 때 그 결과가 생각보다 엄청난 것이 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준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것은 준혁 군의 부모다. 그들은 아이가 남들이 공부할 때 지하철을 타러 나간다고 해도 그 흔한 잔소리 한 번 하지 않는다. 가상노선을 만들자 그걸 들고 대전에 내려가 담당 부서를 함께 찾은 것도 엄마였다. 보통의 부모라면 어땠을까. 아이의 엉뚱한 재능을 과연 그대로 두고 마음껏 하게 해줄 수 있었을까.

이 프로그램이 보여주는 것은 영재들의 놀라운 재능만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 재능을 발견하고 제대로 발현되도록 해주는 주변 사람들의 역할이다. 이 프로그램은 영재들의 성공적인 사례만을 보여주지 않는다. 18개월부터 상모돌리기를 했다는 국악 신동 표지훈 군의 이야기는 과도한 엄마의 강권이 오히려 아이를 불행하게 해 그 영재성을 사라지게 할 수도 있다는 걸 보여준다. ‘영재 발굴단’은 전문가를 투입해 엄마가 스스로 생각을 바꾸게 한다. 그러자 지훈이는 더 즐겁게 국악에 빠져든다.

어른들의 눈에는 사소해 보여 재능이 맞는지 의심스러운 것들이 존재한다. 열한 살 김건 군은 자동차 미니어처에 푹 빠져 일찍부터 자동차에 관심을 가졌고, 아파트 옥상에서 지나가는 차의 윗부분만 보고도 연식과 기종을 맞히는 놀라운 능력을 보여줬다. 이것이 무슨 특별한 재능이 될까 싶지만, 이 아이는 실로 놀라운 일을 해낸다. 폐쇄회로TV(CCTV)에 흐릿하게 찍혀 경찰도 확인할 수 없던 뺑소니차의 기종과 연식을 정확히 맞혀 뺑소니범을 검거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건이는 경찰청 표창을 받았고, BMW가 만든 ‘퍼스트 드라이브(First Drive)’ 콘셉트의 광고 모델이 됐다.

‘영재 발굴단’은 세상에 놀라운 영재들이 넘쳐난다는 걸 알려준다. 청각장애가 있지만 문학에 남다른 재능을 보여주는 ‘문학 영재’도 있고, 여섯 살 때 고등 수학인 루트 문제를 푸는 ‘수학 영재’도 있다.

이 프로그램은 말한다. 제아무리 그들이 영재라 해도 그 재능을 제대로 지지해주는 부모나 학교, 나아가 사회가 없다면 그 재능은 사라지고 만다고. 획일적인 교육이 아니라 아이의 영재성을 제대로 키워주는 교육, 그래서 영재가 영재로 자랄 수 있게 하는 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고. 제목이 말하듯 영재는 그저 탄생하는 게 아니라 사회에 의해 발굴되는 것이라고.

정덕현 < 대중문화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