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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받을 때마다 남몰래 '혼술'…알코올 중독 의심해봐야

입력 2016-11-19 03:01:03 | 수정 2016-11-19 03:01:03 | 지면정보 2016-11-19 A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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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현 기자의 생생헬스 - 알코올 중독 증상과 예방법은

술 마시면 일시적 기분전환 효과
'스트레스 해소=음주' 뇌가 착각…즉흥적으로 술 찾는 현상 반복

알코올 중독 증상은 '술 숨기기'
몰래 음주하는 일 잦아지면 상담센터·전문병원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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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세 직장인 김모씨는 몇 달 전 가슴 철렁한 일을 경험했다. 주말을 맞아 밖에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집에 들어와 보니 아내가 기절해 쓰러져 있었다. 요즘 들어 횡설수설하거나 멍하게 있는 시간이 많았던 아내다. 급히 병원을 찾아 MRI(자기공명영상) 검사까지 했지만 아내 몸에는 이상이 없었다. 검사 내용을 확인한 담당 의사는 간 수치가 무척 높게 나타났다며 아내의 음주 문제를 의심했다. 김씨는 아내가 술을 마시는 모습을 한 번도 본적이 없어 믿기 어려웠다.

하지만 계속된 의사와 김씨의 추궁에 아내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아이들을 등교시킨 뒤 혼자 술을 마시곤 했다고 털어놨다. 김씨의 아내는 다시는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이내 또다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술병을 숨기기도 했다. 김씨는 아내의 상태가 심각하다는 생각에 알코올 질환 치료를 시작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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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에 사회 안팎으로 얼굴 찌푸리게 하는 소식이 더해지면서 국민들의 스트레스가 높아지고 있다. 스트레스를 술로 푸는 사람도 많다. 술을 마시면 순간적으로 우울감, 스트레스 등이 해소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이는 임시방편일 뿐이다. 전문가들은 스트레스를 방치하거나 음주로 해결하려 하면 문제가 더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알코올 중독과 같은 질환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각종 알코올 사용장애 증상과 예방법 등에 대해 알아봤다.

술로 스트레스 푸는 사람 늘어

통계청이 발표한 올해 2분기 가계동향에 따르면 가정에서 지출한 식비 의료비 사교육비 등이 모두 줄었지만 술과 담배에 쓴 돈은 3만5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1% 늘어났다. 김석산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은 “경기침체 때 술이나 담배 같은 기호식품을 찾는 수요가 증가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현상”이라며 “최근에는 경제도 어려운 데다 민감한 정치 이슈까지 연일 터져나오면서 분출된 스트레스를 술로 푸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한 편의점은 이 같은 현상을 방증하는 통계자료도 내놨다.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 후 첫 대규모 촛불집회가 있었던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6일까지 10일 동안 소주 매출이 전년 대비 25.4%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맥주 막걸리 와인 등 다른 술은 전주보다 매출이 하락했지만 소주는 전주보다도 많이 팔렸다. 김 원장은 “편의점에서 소주 매출이 늘고 있다는 것은 사람들이 즉흥적으로 술을 찾는 현상을 반영한 것”이라면서 “이런 음주 경험이 반복되면 뇌가 착각해 ‘스트레스=술’이라는 공식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열받을 때마다 술 마시는 악순환 이어져

스트레스를 받으면 콩팥 위에 있는 부신이라는 기관에서 코르티솔 아드레날린 노르아드레날린 등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된다. 뇌는 몸을 보호하기 위해 행복 호르몬으로 불리는 세로토닌, 도파민 등을 분비하도록 지시한다.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화학물질인 도파민 분비를 촉진하기 위해 뇌는 과거 기분 좋았던 경험 중 우리 몸이 가장 빠르게 회복하고 반응했던 때를 떠올린다. 음주 경험도 여기에 해당한다.

김 원장은 “알코올이 뇌에 도달하면 쾌락중추로 불리는 뇌 보상회로를 자극해 도파민 생성이나 분비를 돕는다”며 “스트레스를 받을 때 술을 마시면 뇌가 음주행위를 도파민 분비 상황으로 착각해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술 생각이 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스트레스가 생겼을 때 술을 반복적으로 마시면 스트레스에 취약해지고 알코올 섭취량이 점차 늘어 알코올 중독이 심해진다. 알코올 자체가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시상하부, 뇌하수체, 부신피질 축을 자극해 스트레스를 악화시키기도 한다. 해외 연구에 따르면 알코올이 스트레스 강도를 높이고 스트레스를 받는 시간을 증가시켰다.

김 원장은 “연구 결과를 보면 대부분 참가자가 술을 마신 뒤 우울한 기분이 심해져 술을 더 찾았다”며 “스트레스를 술로 해소하면 처음에는 기분이 나아질지 모르지만 결국에는 알코올 의존성이 강해진다”고 지적했다.

술 숨기면 중독 의심

잘못된 알코올 사용이 반복되면 알코올 중독 단계로 발전할 수도 있다. 알코올 중독을 확인하는 방법 중 하나는 술을 숨기는 행동이 나타나는지를 보는 것이다. 다사랑중앙병원에서 입원 환자 21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전체 환자의 62%(135명)가 ‘술을 숨긴 적이 있다’고 답했다. ‘술을 몰래 마신 적이 있다’고 답한 환자는 77%(168명)에 달했다. 술을 숨어서 마신 장소는 집이 63%(137명)로 가장 많았다.

환자들은 장롱 및 옷장, 냉장고, 책상 및 서랍장, 싱크대, 화장실(변기통), 침대 등에 술을 숨겼다. 빈 화분, 창문 뒤, 우편함, 쌀통, 공원 등에 술을 숨긴 사람도 있었다. 허성태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은 “혼자 또는 몰래 술을 마시며 특이한 장소에 술을 숨기는 것은 알코올 중독의 특징 가운데 하나”라며 “주변 시선을 의식하거나 자신의 행동이 문제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술을 제어하지 못한다면 알코올 중독을 의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초기에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거나 기분을 전환하기 위해 가볍게 한두 잔 술을 마시는 것으로 시작한다. 내성이 생기면 더 많은 양의 술을 마셔야 비슷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알코올이 주는 기분 전환 효과를 약물처럼 받아들이면 상습적인 음주와 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다.

술을 숨기는 것 외에 자신의 음주 문제나 음주 행위의 심각성을 부정하거나 술을 마시는 이유에 대해 변명과 핑계를 대는 것도 알코올 중독자에게서 흔히 발견되는 증상이다. 허 원장은 “몰래 술을 마시는 상황이라면 이미 술에 대한 자제력을 잃었다고 볼 수 있다”며 “사소하더라도 음주 문제가 엿보인다면 미루거나 방관하지 말고 가까운 알코올 상담센터나 전문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만일 가족이 임의로 술병을 숨기거나 버리면 알코올 중독자는 술을 손에 넣기 위해 또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있다”며 “가족의 잔소리가 늘수록 죄책감이나 자기 연민과 후회가 커져 다시 술을 마실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가족들이 훈계하거나 방치하는 것보다 의료기관을 찾아 진료받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스트레스 상황에 놓였을 때 술이 아니라 다른 해결책을 찾으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김 원장은 “외부 정보에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것보다는 조금 떨어져 객관적으로 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규칙적인 수면과 영양 섭취, 적절한 운동이나 명상을 통해 스트레스가 쌓이지 않도록 조절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도움말=김석산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허성태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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