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경제, 화폐개혁 '역풍'…성장률 '브레이크' 걸리나
‘검은돈’을 없애려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화폐개혁 조치 때문에 인도 경제가 마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더 이상 시장에서 구권으로 물건을 살 수 없어 경제가 위축되고 있어서다.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를 하향 조정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체 화폐 유통액의 86.4%를 차지하는 500루피(구권)와 1000루피 거래가 금지되면서 인도 경제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고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인도 정부는 지난 9일부터 500루피(약 8675원) 이상의 기존 고액권 거래를 금지했다. 500루피 지폐는 신권을 발행하고, 1000루피 지폐는 없애겠다고 밝혔다. 화폐교환 기간은 다음달 30일까지다.

모디 총리는 부패한 공무원·기업인의 탈세와 위조지폐 방지를 위해 이 같은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인도의 지하경제 규모는 전체 GDP의 45%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화폐개혁 직격탄은 인도 저소득층이 맞고 있다. ‘마비 현상’이 가장 빨리 나타난 곳은 주로 현금을 받는 영세 상점, 노점상 등이다. 인도 저소득층은 문맹률이 높은 데다 은행에 계좌를 열지 못해 현금을 주로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의 생필품 구매가 줄면서 영세 상점 등이 타격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들 상점을 찾는 고객 사이에서 ‘공포’ 심리가 작용해 50, 100루피 등 저액권 사용도 꺼리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화폐교환 기간에 자동차, 부동산 등 고가 상품 구매도 중단될 전망이다. 부동산시장 조사업체 존스랭라살은 고가 부동산 가격이 30% 폭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부동산 거래 감소로 건설 현장의 일자리도 줄어들고 있다.

문맹률이 높고 은행 이용률도 세계 최저 수준인 특성 때문에 인도의 화폐개혁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현금자동입출금기(ATM)의 현금이 동나며 1만여명씩 줄을 서는 등 소동이 이뤘다. WSJ는 “정부 규제를 이행할 여건이 안 돼 현금으로 거래해온 산업에서 고용된 인력은 겉으로 드러난 산업보다 많다”며 “이들 기업의 거래가 마비되면 실물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하경제에서 고용된 인력은 전체의 80%에 이른다.

인도 재정부는 은행과 ATM에서 출금하는 한도액을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또 인도 중앙은행은 2조루피가 넘는 금액의 신권지폐를 각 은행으로 운송했으며 수요에 맞춰 충분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