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총파업을 예고했다. 이 파업은 임금·단체협상 등 근로조건과는 무관하다는 점에서 명백한 불법 정치파업이다. 민주노총 등 노동계가 정권 퇴진을 내걸고 파업을 벌이는 것은 19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 처음이다.

민주노총은 17일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박 대통령의 퇴진과 정책 폐기를 요구하는 총파업에 돌입하기로 결정했다.

민주노총 소속 금속노조도 지난 15일 총파업 돌입을 선언했다. 금속노조는 오는 23~24일 조합원 총투표를 거쳐 25일 경고파업과 30일 총파업에 동참할 계획이다. 민주노총 조합원은 금속노조 약 15만명을 포함해 63만여명이다.

민주노총은 “이번 총파업은 현행법상 불법이지만 불법 권력이 정의로운 총파업에 불법이라는 딱지를 붙일 수는 없다”며 “청년, 학생, 교수, 자영업자 등 모든 시민과 함께 국민저항권 행사의 날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민주노총이 불법파업에 돌입하면 엄정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임서정 고용노동부 노사협력정책관은 “파업은 근로조건과 관련해 해당 사업장 사용주가 들어줄 수 있는 부분에 한정돼야 한다”며 “파업이 실행되면 개별 사업장별로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하도록 지도하고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 철저히 적용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정부의 노동개혁 동력이 떨어진 가운데 정부 대응에도 한계가 있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근로기준법 등 노동개혁 4대 입법은 사실상 논의가 중단됐다. 박근혜 정부의 최대 국정과제로 꼽히는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역시 철도노조의 역대 최장기 파업으로 좌초위기에 처해 있다.

재계 관계자는 “노동단체가 촛불시위에 참가해 정권 퇴진을 외치는 것과 총파업은 별개 문제”라며 “기업을 볼모로 삼는 정치파업은 철회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