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국민의 건강권은 국민 눈높이에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건강보험통계연보’에 따르면 한방 의료기관을 찾는 환자들이 자주 치료받는 상병은 근골격계 질환인 것으로 나타났다. 근골격계 치료의 한의진료에 대한 국민의 높은 신뢰도와 선호도가 반영된 결과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등 통증이 가장 많고, 허리·골반의 관절치료, 인대 탈구와 염좌 순이다. 한의진료비는 2010년 약 1조8000억원에서 2014년 약 2조4000억원으로 5년간 6100억원가량 증가했다. 연평균 7.7% 증가율을 기록했다.

한의진료에 대한 국민의 만족도 또한 높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제3차 한의의료 이용 및 소비실태조사’에 따르면 한의진료 만족도는 80%에 육박한다. 신뢰도 또한 72%로 국민 대다수가 한의진료를 신뢰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건강보험에서 한의약이 차지하는 비중은 4%대에 맴돌고 있다. 경제적인 부담 없이 다양한 한의진료를 편하게 받을 수 있도록 국민이 목소리를 내는 이유다.

내년 초 추나요법 시범사업을 위한 정부와 한의계 간 논의가 한창이다. 추나요법이란 한의사가 손이나 손바닥 등 신체 일부를 이용해 인체의 비뚤어진 뼈와 주변 조직을 제 위치로 돌려놓는 한방요법이다. 인체의 근육과 뼈, 관절이 정상 위치에서 벗어나면 그 뼈를 둘러싸고 있는 혈관, 인대, 신경근막과 같은 연부 조직이 붓게 된다. 추나요법은 이렇게 변형된 부위를 바로잡아줌으로써 통증을 없애고 손상된 신체기능을 회복시키는 역할을 한다.

척추관절 질환에 대한 추나요법의 과학적 효과는 해외 SCI급 저널 논문 게재를 통해 입증됐다. 국민들도 “추나요법을 받아 보니 수술을 안 해도 디스크가 치료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추나요법 급여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정부도 올초 ‘제3차 한의약육성발전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2018년 운동요법, 추나요법 등의 건강보험 급여화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추나요법 진료비는 현재 3만~5만원에서 부담이 훨씬 줄어든다. 대한한의학회 내 추나분과학회로 공식 인준받은 지 24년 만에 일궈낸 성과다.

심평원 통계에 따르면 국내 디스크 환자는 2014년 286만명으로 2009년(240만명)보다 약 17.4% 증가했다. 통상 디스크 환자의 3%만이 수술이 필요한데 17%는 아직도 수술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환자들은 한방의료의 건강보험 혜택이 너무 적어 진료 접근권이 제한된다고 주장해왔다. 이 같은 주장은 추나요법 급여화로까지 이어졌다. 이젠 국민의 건강권을 위해 추나요법 급여화가 차질 없이 이뤄지도록 정부와 한의계가 다 같이 노력해야 할 때다.

신준식 < 자생한방병원 이사장 jsshin@jase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