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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 칼럼] 반유대주의

입력 2016-11-17 17:42:32 | 수정 2016-11-18 04:03:31 | 지면정보 2016-11-18 A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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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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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희곡 《베니스의 상인》에 등장하는 샤일록은 ‘나쁜 유대인’의 전형이다. 피도 눈물도 없는 고리대금업자, 탐욕의 화신으로 그려졌다. 그러나 셰익스피어는 유대인을 만난 적이 없다. 그가 태어나기 전에 유대인은 영국에서 모두 추방됐다. 다른 나라에서도 지정된 구역(게토)에 갇혀 살았다. 흑사병이 창궐했을 땐 독을 푼다는 소문에 휘말려 대거 학살됐다. 십자군에 도륙되는 등 혼란기마다 희생됐다.

반유대주의(anti-Semitism)의 원래 뜻은 ‘반(反)셈족’이다. 셈족은 구약에 나오는 노아의 맏아들 셈의 자손. 아랍인과 근동 지역 종족들을 포함하는데 1879년 독일 선동가가 이 말을 유대인만 겨냥해 쓰기 시작했다. 막 통일된 독일의 민족주의 횃불에 기름을 부은 것이다. 이 단어가 영어사전에 오른 1881년 이후 1924년까지 미국으로 이주한 유대인은 400만명에 이른다. 러시아 제국 같은 그리스 정교 지역에서도 반유대주의가 커졌다. 유럽의 사회주의 정당들도 유대인을 탐욕적인 자본주의자로 몰아붙였다.

반유대주의 역사는 2000년이 넘는다. 기원전 5세기 이집트에서 유대교 사원이 파괴된 이후 박해가 심해졌다. 근본 원인은 유대인의 독특한 문화와 종교다. 유일신과 선민사상, 생활방식 등이 겹쳤다. 유대인에겐 농업이 금지됐기에 할 수 있는 건 상업과 금융업뿐이었다. 언제 쫓겨날지 몰랐다. 그래서 현금을 갖는 관습이 생겼다. 그게 더 큰 반감을 낳았다.

현대에 와서도 마찬가지다. 미국 월가를 비롯해 세계 금융계를 지배하고, 다이아몬드산업을 독차지하며, 부를 지렛대로 정치외교를 좌우하는 세계 지배자로 묘사된다. 디아스포라의 고난 속에서 생존법을 체득하는 일을 어릴 때부터 배웠으니 똑똑한 인물도 많이 나왔다. 1927년 뉴욕 변호사 2만명 중 3분의 2가 유대인이었다. 노벨상 수상도 30%에 이른다.

9·11 테러 이후 미국의 친유대 정책이 테러를 자초했다는 비판이 거셌다. 인종차별주의와 백인 민족주의가 득세했다. 《증오의 세계화》를 쓴 데니스 맥셰인은 이를 ‘신(新)반유대주의’라 부른다. 트럼프와 그의 캠프 수장인 스티브 배넌도 유대인 폄하 구설에 올랐다. 엊그제 배넌이 백악관 수석전략가로 기용되자 유대인들이 들고 일어났다.

역설적이게도 트럼프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유대인이고, 그와 결혼한 장녀 이방카 역시 유대교도다. 트럼프가 당선 후 가장 먼저 통화한 상대 역시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총리다. 이데올로기와 권력의 아이러니랄까. ‘역사의 동전’ 같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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