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석 기자가 17일 서울 삼성동 골프존파크에서 김민서 프로와 스윙 훈련을 하고 있다. 몸통과 하체는 박스권에서만 움직여야 안정적인 샷을 할 수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최진석 기자가 17일 서울 삼성동 골프존파크에서 김민서 프로와 스윙 훈련을 하고 있다. 몸통과 하체는 박스권에서만 움직여야 안정적인 샷을 할 수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서울 삼성동 골프존파크에서 17일 열린 두 번째 레슨 시간. 시작과 함께 김민서 프로에게서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지적이 날아왔다. 김 프로의 손끝은 기자의 그립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는 “주로 위크그립을 잡는데 이러면 슬라이스가 나기 쉽다”며 “스트롱그립을 잡으면 슬라이스 고민에서 해방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 프로는 “그립과 함께 하체와 몸통이 박스권에서만 움직이는 게 중요하다”며 “스윙이 클수록 샷은 더욱 부정확해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트롱그립 잡아라

그립은 크게 위크그립, 뉴트럴그립, 스트롱그립으로 나뉜다. 김 프로는 “위크그립의 또 다른 이름은 ‘슬라이스그립’”이라며 “슬라이스가 많이 나는 초보일수록 임팩트 순간 클럽 페이스가 닫혀서 맞는 스트롱그립을 잡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립을 바꾸기로 했다. 스트롱그립이라 해서 그립을 강하게 쥐는 게 아니었다. 왼손을 그립의 중앙에서 왼쪽 또는 오른쪽으로 얼마나 돌려 쥐느냐를 말하는 것이다. 김 프로는 “그립을 살펴보면 중앙을 가리키는 점이나 선 같은 표시가 있다”며 “엄지와 검지 사이 중간 부분이 여기를 향하도록 위치를 잡고 쥐면 된다”고 말했다. 그다음 오른손은 셋째, 넷째 손가락을 구부려 ‘걸어준다’는 느낌으로 그립을 감아쥔다. 이렇게 잡으니 위에서 볼 때 왼손등의 세 마디가 보이고, 왼손과 오른손 엄지와 검지가 그리는 V자 라인이 오른쪽 어깨 방향을 가리켰다. 김 프로는 “그립을 너무 세게 잡으면 부드러운 스윙을 방해하고, 너무 약하게 잡으면 임팩트 때 힘을 줄 수 없다”며 “손과 클럽이 밀착돼 틈이 없도록 잡으면 스윙 내내 클럽이 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박스권에서 움직여라

그립을 고쳐 잡았는데도 여전히 슬라이스가 났다. 김 프로는 “그립 말고도 고쳐야 할 게 한둘이 아니다”는 푸념과 함께 “스윙할 때 하체가 너무 많이 무너진다”고 지적했다. 백스윙을 할 때 왼쪽 무릎은 안쪽으로 주저앉고 오른쪽 무릎은 펴진다는 것이었다. 그는 “하체 움직임을 최소화해야 타구 방향이 안정적으로 잡힌다”며 “백스윙 때 왼쪽 무릎이 살짝 안쪽으로, 다운스윙 때 오른쪽 무릎이 살짝 안쪽으로 들어가며 ‘한쪽 무릎이 반대편 무릎을 바라본다’는 느낌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높이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 백스윙 때 무릎을 펴선 안 된다는 지적도 잊지 않았다.

하체 움직임을 바로잡으려면 스윙 크기도 줄여야 했다. 김 프로는 “백스윙이 크면 다운스윙을 할 때 클럽이 공을 맞히기 위해 먼 길을 날아와야 한다”며 “당연히 공을 제대로 맞힐 가능성이 낮아진다”고 강조했다. 풀스윙의 70% 정도만 휘둘러도 충분히 원하는 거리에 공을 보낼 수 있기 때문에 스윙을 더 간결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김 프로는 ‘박스권 이론’을 내놨다. 그는 “몸통 크기만 한 가상의 박스를 그려놓고 스윙할 때 몸통과 다리가 이 박스를 벗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백스윙, 다운스윙 때 양쪽 어깨가 몸통 중앙에 있는 배꼽 자리까지만 이동해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초보자는 그 이상으로 움직이면 정확한 타격을 할 가능성이 낮아진다.

기자의 시선 처리도 문제였다. 김 프로는 “눈이 공을 끝까지 보는 것은 좋지만 이 때문에 고개를 억지로 고정하려 한다”며 “백스윙 때 약간은 어깨를 따라 옆으로 움직이는 게 자연스러운 스윙에 도움을 준다”고 덧붙였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