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열린 ‘조성진, 피아노와의 대화’ 쇼케이스가 네이버의 TV캐스트, V클래식으로 생중계됐다.
지난 16일 열린 ‘조성진, 피아노와의 대화’ 쇼케이스가 네이버의 TV캐스트, V클래식으로 생중계됐다.
“조성진이 연주하는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를 듣다니…. 다운받아서 소장하고 싶어요.”

“잘하는 요리 세 가지는 신라면 나가사키짬뽕 진짜장 순이고, 면발은 알 덴테(파스타 등을 중간 정도로 설익힌 것)로 익힌다고 하네요. 추천 영화는 히치콕의 ‘현기증’ ‘인셉션’ ‘언터처블:1%의 우정’!”

지난 16일 오후 8시부터 90분 동안 네이버의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인 V클래식과 TV캐스트를 통해 생중계된 ‘조성진, 피아노와의 대화’ 쇼케이스를 본 네티즌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남긴 글이다. 서울 서초동 모차르트홀에서 열린 이날 쇼케이스는 지난해 10월 한국인 최초로 쇼팽국제피아노콩쿠르에서 우승한 조성진(22)이 국내 팬과 처음으로 직접 소통하는 자리였다. 반응은 뜨거웠다. 접속자가 8만여 명을 넘어서며 아이돌 스타와 맞먹는 인기를 실감케 했다.

현장예술로 분류되는 공연이 온라인 플랫폼을 만나 진화하고 있다. 공연 개막 전에 TV캐스트로 일부 공연을 미리 공개하거나 동영상 플랫폼을 통한 실시간 소통이 확산되고 있다.

이런 변화는 최근 클래식 공연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아이돌 생방송 채널 위주인 V라이브는 최근 ‘V뮤지컬’에 이어 ‘V클래식’ 채널을 신설했다. 국내외 팬과 예술가들이 쌍방향으로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서다. 네이버 V라이브 관계자는 “V라이브 전체 접속자 중 해외 이용자가 약 80%”라며 “국내 클래식 연주자들이 해외 팬에게 자신의 음악을 선보일 수 있도록 새로운 채널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V클래식 첫 공연이 바로 조성진의 쇼케이스였다. 플랫폼 특성에 맞게 팬과의 소통에 집중했다. 팬들의 질문에 조성진은 좋아하는 영화부터 윤기 나는 머릿결 비결까지 들려줬다. 쇼팽 발라드 1번, 쇼팽 녹턴 20번, 슈베르트 소나타 D958번 4악장, 드뷔시의 달빛 연주도 들을 수 있었다.

네이버와 함께 이번 쇼케이스를 기획한 유니버설뮤직 관계자는 “TV 교양 프로그램의 주된 시청자는 중·장년층이고, 출연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매우 제한적”이라며 “온라인 플랫폼은 남녀노소 누구나 방송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클래식 관객의 저변을 넓힐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난 6일 개막한 뮤지컬 ‘아이다’ 쇼케이스와 다음달 1일 개막하는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월드 투어’ 쇼케이스 역시 V뮤지컬을 통해 팬들과 미리 만났다. 배우들이 자신의 휴대폰 셀프카메라로 동영상을 찍고, 리허설 현장을 촬영해 공개하는 방식으로 팬들과 소통했다.

공연 개막 직후 전막 온라인 생중계를 시도한 경우도 있다. 지난달 8일부터 지난 5일까지 공연한 뮤지컬 ‘팬레터’는 지난달 10일 네이버 TV캐스트를 통해 공연 실황을 생중계했다. 외국에서는 공연 실황 DVD 등을 많이 제작하지만 국내 공연계에서는 관객층을 잠식할 수 있다는 이유로 실황 촬영 및 상연을 사실상 금기시해왔다. 이날 생중계의 누적 시청자 수는 1만1729명을 기록했다. 이후 공연 관람권 판매량도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는 등 톡톡한 홍보 효과를 거뒀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