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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달러의 시대', 왜 중국은 금을 끌어모으나

입력 2016-11-17 17:36:27 | 수정 2016-11-18 03:06:50 | 지면정보 2016-11-18 A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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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의 귀환

제임스 리카즈 지음 / 최지희 옮김 / 율리시즈 / 224쪽│1만6000원

'화폐의 몰락' 쓴 제임스 리카즈, 국제통화로서 금의 역할 조명
"화폐 기능하는 유일한 원소"

1971년 금본위제 폐지됐지만 미국 정부, 8000t 이상 보유
중국도 매년 100t씩 모아

"금융쇼크 때 재산 보호하려면 유동자산 10% 금에 투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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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연합뉴스

1944년 미국 브레턴우즈에서 열린 국제회의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경제질서의 틀을 마련했다. 회의 결과 탄생한 브레턴우즈 체제는 미국 달러화를 기축통화로 삼았다. 기축통화는 국제 무역과 투자 결제에 사용하는 가장 주된 통화다. 하지만 달러의 금태환(1온스=35달러)을 보장했다는 점에서 금본위제의 전통을 유지하고 있었다. 1971년 브레턴우즈 체제는 무너졌다. 그해 8월15일 이른바 ‘닉슨 쇼크’라 불리는 ‘금과 달러의 교환 금지’ 발표로 금본위제는 공식적으로 폐지됐다.

각국 정부와 정책입안자, 경제학자들은 미국이 달러의 금태환을 중단한 뒤 화폐로서의 금을 계속 폄하해 왔다. 베스트셀러 《화폐 전쟁》, 《화폐의 몰락》을 쓴 거시경제 분석가 제임스 리카즈에 따르면 사람들 대부분은 닉슨 쇼크 이후 미국이 금본위제를 중단한 것으로 믿고 있고, 정책 결정자들과 교수들은 학생들에게 국제통화시스템에서 금이 아무런 역할을 못 한다는 믿음을 주입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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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믿음이 맞을까. 리카즈는 신간 《금의 귀환》에서 “틀렸다”고 단언한다. 그는 묻는다. 국제통화시스템에서 금이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는다면 왜 미국 정부는 8000t 이상의 금을 계속 보관하고 있고, 독일과 국제통화기금(IMF)은 각각 3000t가량의 금을 갖고 있을까. 중국은 왜 비밀 루트나 러시아를 통해 해마다 100t 이상의 금을 모아 수천t의 금을 확보하려는 것일까.

리카즈는 이 책에서 금은 화폐이며, 금을 기반으로 한 통화제도가 가능할 뿐 아니라 바람직하고, 정부 차원에서 금본위제가 시행되지 않는 상황에선 개인들이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금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각자 금본위제로 나아가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다.

저자에 따르면 사람들이 금에 열광하는 것은 금이 반짝거려서가 아니라 화폐이기 때문이다. 금은 지구에서 희소성, 가단성, 안정성, 내구성, 균일성 등 물리적 화폐의 필수조건을 모두 만족시키는 유일한 원소다. 화폐란 무엇일까. 경제학자들은 중앙은행이 발행한 신용화폐라고 말한다. 가장 좁은 의미의 통화는 시중에 유통 중인 통화를 일컫는 본원통화(M0)다. 리카즈는 금을 지폐 공급 이면의 진정한 본원통화란 의미에서 ‘M-서브제로(subzero)’라고 부른다.

금은 가장 탁월한 부의 저장수단으로서 아직도 국제통화시스템의 기초이자 진정한 기반이다. 각국 중앙은행과 정부가 금의 역할을 대놓고 부정하면서도 금고에 금을 보관하고 있는 이유다. 취약한 국제통화시스템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본위제의 그림자는 더 짙게 드리우고 있다. ‘금의 귀환’이다. 세계 각국은 금 보유량을 경쟁적으로 늘리고 있다. 대표주자가 중국이다. 중국은 금 보유량이 2009년 1054t에서 지난해 7월 1658t으로 증가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리카즈는 광산과 수입 통계 등 여러 루트를 통해 알아본 결과 중국의 실제 금 보유량이 4000t 가까이 되는 것으로 추산했다. 그는 중국이 단기적으로는 3조2000억달러의 외환보유액 중 미국 재무부 채권 등 2조달러에 달하는 달러표시 자산의 위험을 분산하고, 장기적으로는 달러 헤게모니가 붕괴될 때를 대비해 금 보유량을 미국 수준(8000t)까지 늘릴 것으로 예상한다.

저자는 달러의 몰락과 달러를 기반으로 한 국제금융시스템의 붕괴를 경고한 《화폐의 몰락》의 주장을 다양한 이론과 논리를 들어 다시 펼친다. 다가올 금융 붕괴는 전례 없는 규모로 2008년 공황보다 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세상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화폐의 몰락은 앞으로 브레턴우즈 체제처럼 금융강국과 교역국이 테이블에 둘러앉아 ‘게임의 법칙’을 다시 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리카즈는 이 협상테이블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금의 비율이 높은 ‘금강국’이 유리한 고지에 설 수 있다고 주장한다.

금은 앞으로 닥칠 금융혼란기에 투자자들이 재산을 스스로 보호할 수 있는 유일한 피난처다. 리카즈는 세계 GDP 대비 금의 비율을 근거로 계산해 볼 때, 금 1온스당 달러 가격이 1만달러 이상 될 것으로 전망한다. 그렇다면 투자자들은 금을 얼마나 보유하는 것이 현명할까. 저자는 금의 비중을 투자 가능한 자산(유동자산)의 10%로 잡으라고 권고한다. 목표는 단기 수익을 올리는 게 아니라 장기적으로 자산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갑작스러운 금융 쇼크와 공황이 일어날 때 자산을 보전하기 위한 장기 매입 전략이다.

이론적으로 금값은 달러, 실질금리와 반비례한다.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미국 금리 인상, 달러 강세 기조가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금값은 2011년 정점을 찍은 뒤 지난해까지 하락세를 보였다. 하지만 2013년부터 최근까지 온스당 1050~1150달러대로 네 차례 떨어졌다가 매번 제자리를 찾아갔다. 저자는 “금값은 디플레이션(실질금리 상승)이 만연하고 달러가 강세를 띠는 상황에서도 탄력적으로 움직였다”며 “금의 비중이 아직 10%가 되지 않은 투자자들에게 최근의 가격 하락세는 좋은 매수 기회”라고 말한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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