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제 이상형 DNA는요…" 유전자 변형이 바꾼 현실
지난 9월27일 미국 뉴욕 새희망출산센터 연구팀은 엄마가 둘, 아빠가 한 명인 아이가 태어났다고 발표했다. 세계 최초로 ‘세 부모 아이’가 탄생한 것. 아이의 친모는 중추신경계 질환인 ‘리 증후군’ 인자를 갖고 있다. 이 유전병 때문에 어렵게 얻은 두 명의 아이는 각각 생후 6년, 8개월 만에 사망했다. 연구진은 유전질환이 없는 건강한 난자에 친모의 난자핵을 이식해 새로운 난자를 만들었다. 그 결과 유전병에서 자유로운 아이가 태어났지만, 인간의 유전적 특성을 바꾸는 기술이라는 점에서 윤리적 논란도 일었다.

유전자변형을 통해 인간이 인위적으로 인간을 창조해내는 ‘맞춤 아기’ 시대가 도래했다. 지난 2월 영국에서는 초기 배아의 유전자 편집실험이 합법화됐고, 중국에서는 유전자 변형 태아 연구가 진행 중이다.

생물학자 폴 뇌플러는 《GMO 사피엔스의 시대》에서 유전자변형 연구가 어디까지 발전했는지, 어떤 윤리적 기준과 원칙이 필요한지에 대한 논의를 이끌어낸다.

체외수정법과 최첨단 유전학 기술의 결합으로 인간은 유전자변형 인간이라는 신의 영역에 도전하게 됐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윤리적 딜레마다. 저자는 부모가 자녀의 유전자를 임의로 바꿀 권한을 갖는 일이 합당한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부모의 입장에서 뛰어나고 우월한 아이가 정작 아이의 관점에선 그렇게 느끼지 않을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유전자 분석 서비스를 판매하는 업체인 ‘23앤미’는 데이트 프로그램에 유전학을 결합해 논란이 됐다. 이 프로그램은 외모와 건강상태, 지능 등 소비자가 원하는 조건을 입력하면 유전학적으로 가장 알맞은 유전자를 가진 남자나 정자를 골라준다. 아이를 ‘주문 제작’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는 이유로 사회적 비판이 일었다.

병을 치료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복제인간’도 문제가 된다. 복제인간은 아픈 아이에게 이식 수술을 하기 위해 면역학적으로 완벽하게 일치하는 새로운 아기를 만드는 것이다. 영화 ‘마이 시스터즈 키퍼’의 주인공 안나는 언니 케이트에게 새 신장을 주려고 태어난 ‘구원자 형제’다. 영화는 창조된 아이에게 장기 기증을 강요하는 것이 타당한지 묻는다.

저자는 자칫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유전자변형 기술 등을 사례와 함께 쉽게 풀어 썼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대신 시사점을 던져주고 독자들의 판단을 이끌어낸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