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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게이트, CJ는 피해자인가 공범인가…여전히 남아있는 4가지 의문

입력 2016-11-17 09:04:54 | 수정 2016-11-17 17:2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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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게이트 초기만해도 CJ그룹은 정권과 각별한 사이로 보였다. K컬처밸리 사업에서 외자기업과 동일한 혜택을 받으며 토지 임대료 등에서 많은 특혜를 누렸기 때문이다. 또 밀라노 엑스포에 참여하고, 문화창조융합센터를 여는 등 정권의 입맛에 맞는 행사를 주관하면서 해외시장 진출에 도움을 받았다는 의혹도 나왔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사면도 의심의 눈초리를 받았다.

하지만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이 청와대 압력으로 퇴진했다는 녹음파일이 공개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진보적인 색채의 프로그램과 영화 등으로 미운털이 박혔다는 얘기가 퍼져나갔다. 차은택이 CJ그룹에 자기 사람을 위한 자리를 요구하는 등 사실상 CJ그룹을 좌지우지 하려고 했던 정황이 드러나면서 동정론도 퍼졌다.

관련 의혹들이 보도될 때마다 CJ그룹은 공범인듯, 피해자인듯 헷갈리기 시작했다. 피해자라면 기업이 이런 압력에서 자유롭게 경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공범이라면 CJ그룹 역시 검찰 수사 및 처벌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CJ그룹이 어느 쪽인지 헷갈리는 이유. 여전히 남아있는 4가지 의문을 정리해봤다.

1. 이미경 부회장의 퇴진은 청와대의 압박 때문이었나

언론에서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손경식 CJ그룹 회장 사이의 녹취파일이 공개됐을 때만해도 이미경 부회장이 청와대 압박 때문에 퇴진한 것처럼 보였다. 여의도 텔레토비, 영화 ‘광해, 왕이된 남자’ 등 정치 풍자 프로그램과 진보적 색채의 영화 제작 등을 이유로 CJ가 정부로부터 끊임없이 견제와 압박을 받아왔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포럼에서 이 부회장이 박 대통령보다 돋보이면서 껄끄러운 관계가 됐다는 얘기도 나왔다. 동정론이 퍼졌다. 이 부회장이 다시 복귀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왔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이 부회장의 측근이 전횡을 일삼아서 어머니인 손복남 여사가 직접 쫓아낸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이 부회장이 물러난 시기가 측근 A가 조세포탈 혐의로 검찰수사를 받고 CJ에 사표를 낸 때와 맞물린다는 것도 이같은 시각을 뒷받침한다. 결국 이 부회장은 내부적인 권력 다툼 끝에 밀려난 것이 된다. 동정론은 설 곳을 잃는다. CJ그룹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최측근 A씨 등 그만둔 전직 임원들이 과거일에 대해 말하는 것 자체가 어이가 없다”며 “부회장을 쫓겨나게 한 원인 중 하나가 바로 A씨 등 측근”이라고 말했다.

2. K컬처밸리는 특혜인가, 강압인가

K컬처밸리는 최순실 게이트 초기엔 CJ가 정부로부터 받은 특혜라는 지적이 나왔다. 외국인투자기업과 같은 혜택을 받았기 때문이다. CJ는 23만7401㎡의 부지를 공시지가(830억 원)의 1%인 8억3000만원에 50년 동안 대부하는 내용으로 계약했다. 대부율 1%는 외국인투자기업에게 제공하는 최저한도다. 국내기업이라면 임대료는 최소 5%(41억5000만원)에 임대기간도 5년으로 짧다.

하지만 이후 CJ는 돈을 대는 ‘전주’ 역할만 한 것은 아니냐는 의견이 힘을 얻었다. 케이컬쳐밸리가 문화창조융합본부사업인데 돈은 CJ가 내는 형식이기 때문이다. 돈은 CJ가 내고 생색은 문화창조융합본부가 낸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CJ는 이 사업에 총 1조 4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처음 케이컬쳐밸리 구상될때 책정됐던 1조원보다 40%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CJ가 원했던 테마파크 사업을 하는데 특혜를 받은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CJ가 테마파크 사업을 위해 부산, 제주도 등을 검토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지방 정부들과 협조가 되지 않아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관광객 유치 등을 고려했을때 지방에 있는 것보다는 경기도가 입지여건면에서 훨씬 낫다. 청와대에서 CJ에 공짜로 땅을 주라고 전화했었다는 진술이 나온 것도 특혜설을 뒷받침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CJ가 처음 부산, 제주도 등을 검토한 것도 경기도, 서울 쪽에서는 불가능하기 때문 아니었겠냐”고 설명했다.

3. CJ는 차은택 행사의 들러리인가 협력자인가

CJ푸드빌은 지난해 열린 밀라노엑스포에 한식 브랜드로는 유일하게 참여했다. 엑스포는 올림픽, 월드컵과 더불어 3대 국제행사다. 한국을 알리는 것 뿐아니라 유럽 시장에 진출하려는 기업들에겐 좋은 홍보의 장이다. 상하이 엑스포까지는 전시 영상과 함께 각종 공연 등을 앞세운 문화예술 분야가 주를 이뤘지만 밀라노 엑스포에선 한식 소개에 초점이 맞춰졌다. CJ가 차은택과 결탁해 한식 세계화에 도움을 받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차 씨는 전시영상 예술감독으로 밀라노엑스포에 참여해 이를 이용해 이권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창조융합센터도 의혹의 대상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센터에 입주한 기업의 콘텐츠 유통을 지원하기로 하는데 여기서 언급한 모든 유통 플랫폼이 CJ가 주관하고 있는 사업 또는 기업과 연관돼 있다. CJ가 하는 사업에 정부가 정책으로 도와줬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것이 모두 차은택이 사실상 CJ그룹을 좌지우지하기 위한 수순이었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차씨가 CJ에 핵심직책을 요구했던 것이 지난해 2월이며 이를 거부당하자 CJ에 대한 험담을 하고 다녔다는 것을 고려해 볼때 문체부가 지난해 12월과 올해초까지 CJ를 적극 지원한 것은 차씨와는 무관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4. 이재현 회장의 사면은 뇌물의 대가인가

결국 이같은 의문의 끝은 이 회장의 사면이다. 이 회장은 2013년 비자금과 횡령 등으로 실형을 선고 받았지만 지난 8월 사면받았다. 기업인 중에서는 유일했다. 사실상 이번 정권에서 가장 혜택을 본 것은 이 회장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CJ그룹 관계자는 실형을 선고 받고 구속됐던 것 자체가 미운털이 박혀서 생긴 일일 수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회장의 죄가 명백했다는 점에서 오히려 사면이 정권의 배려를 받은 것이라고 보는 게 맞다는 분석도 많다. 이 회장은 개인 자산을 관리하는 부서를 두고서 이곳을 통해 임직원 명의로 주식을 사고 팔았다. 불법으로 양도차익 및 배당소득과 이자소득을 얻은 것이 밝혀졌다.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세금을 회피하기도 했다. 최근 CJ그룹이 미르재단 출연급과 사면을 맞바꿨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이같은 의견이 더 힘을 받고 있다.

검찰의 기업인들에 대한 수사가 지난 주말부터 급물살을 타고 있다. 모두 참고인 자격이긴 했지만 7대기업의 총수들이 며칠사이에 모두 조사를 받는 것은 이례적이다. 정치적 문제로 기업인들이 경영에 어려움을 겪어선 안될 것이다. 하지만 기업인들이 나서서 정권 실세의 손을 잡으려 한 것이라면, 잘못된 시류에 스스로 몸을 맡긴 것이라면 책임 역시 그들의 몫일 것이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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