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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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자산만 들여다봐서는 저금리, 저성장 시대를 이겨내기 어렵습니다. 좋은 해외 투자 상품을 한국에 더 많이 소개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겠습니다.”

2016년을 한 달여 앞두고 조홍래 한국투자신탁운용(이하 한국운융) 대표(사진)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내년도 경영계획이다. 조 대표는 “현지에서 직접 발로 뛰는 운용사들이 해당 지역 자산을 잘 굴릴 수밖에 없다”며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것은 국내 자산을 운용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좋은 상품을 구해 들여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베트남, 중국 등은 예외적이다. 조 대표는 “베트남 시장은 자산운용업이 막 태동하는 시기라 현지 운용사를 발굴하기가 쉽지 않다”며 “그래서 10년 전부터 직접 진출해 운용 역량을 키워왔다”고 설명했다.

조 대표는 올해 성과에 대해 “지난해 말보다 수탁액이 15%가량 증가했다”며 “올해 국내 운용업계가 주식형펀드에서 자금 유출로 고전하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선방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수익률도 나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최순실 게이트’ 등의 돌발 변수들에도 불구하고 전체 운용사 평균이 넘는 성과를 거뒀다는 설명이다.

조 대표가 아쉬워하는 대목은 고객들의 투자 패턴이다. 조 대표는 “손해를 보던 펀드가 원금을 회복하면 고민 없이 환매에 나서는 사례가 많다”며 “자산운용사를 믿지 못하는 투자자들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투자자 신뢰를 회복할 방법을 묻자 “적극적인 자산 배분”이란 답이 돌아왔다. 그는 “국내 자산에만 머물지 않고 해외 주식과 채권, 원자재 등에 고루 투자하는 자산 배분을 당연하게 여겨야 장기 투자 문화가 자리잡게 되고 고객들의 장기 수익률도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Cover Story] "트럼프 시대는 좋은 기회…선진국 인프라 시장에 적극 투자"
조 대표는 올해 한국운용이 출시한 신상품 가운데 눈여겨볼 만한 상품으로 ‘한국투자e단기채’ 펀드와 ‘한국투자베트남그로스’ 펀드를 꼽았다. ‘한국투자e단기채’는 시중은행 예금을 대체할 수 있는 상품이라고 소개했다. 은행 예금보다 0.1~0.2%포인트 더 수익을 내는 게 이 상품의 운용 목표다.

지난 2월에 선보여 1600억원 가까이 자금이 몰린 ‘한국투자베트남그로스’에 대해서는 “펀드가 설정됐을 때부터 함께한 투자자들은 이미 10%가 넘는 수익을 냈다”며 “신흥국 주식은 변동성이 크지만 기대 수익률도 높은 만큼 포트폴리오의 일부로 꼭 가져가야 한다”고 말했다. 적절한 시점이 되면 소프트클로징(투자자 모집 잠정 중단)을 할 뜻도 내비쳤다. 그는 “베트남 펀드를 1조원이 넘는 공룡 펀드로 키울 생각은 전혀 없다”며 “3000억원 안팎이면 운용하기 딱 적당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투자 키워드로는 해외 인프라 시장을 꼽았다. 조 대표는 “인프라 투자를 강조한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미국 대통령이 된 만큼 인프라 분야에서 새로운 투자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 등 선진국 인프라 기반시설 중 상당수가 지어진 지 50~100년이 됐다”며 “민간자본을 끌어들이는 프로젝트 중 수익성이 담보되는 사업이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겠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당선자가 재테크 시장에 악영향을 주지 않겠느냐는 질문엔 “비관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고 답했다. 조 대표는 “트럼프가 정식 대통령으로 취임할 때까지 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은 있지만 펀더멘털(본질)이 바뀌지는 않는다”며 “전통적인 공화당식의 경제정책을 편다면 오히려 시장에 보탬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의 향방을 결정할 변수로는 ‘어닝’(기업이익)을 꼽았다. 조 대표는 “국내 상장사들의 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늘었고 이익의 질도 좋아지고 있다”며 “수급 변수가 잠잠해지면 증시 리레이팅(재평가)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개인투자자들에게 펀드 투자에 실패하지 않으려면 장기 성과가 좋은 펀드를 골라야 한다고 조언했다. 펀드 수익률은 시황에 따라 일정 주기를 탈 수 있지만 과거 3~5년간 운용성과가 견조했다면 일시적으로 성과가 저조하더라도 결국 다시 제자리를 찾아온다는 논리다. 갈수록 펀드 투자기간이 짧아지고 있지만 단기매매로 펀드 수익률을 끌어올리기는 쉽지 않다며 투자 성향에 맞는 펀드를 골랐다면 최소 6개월간 두고 본 뒤 추가 투자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때 한국운용은 삼성그룹주펀드로 자금몰이를 주도했다. 하지만 몇 년간 지속돼온 수익률 부진 탓에 투자자 이탈이 지속되면서 ‘애물단지’가 된 상태다. 조 대표는 삼성그룹주펀드와 관련해 “삼성그룹 관련 17개 종목을 가지고 수익이 결정되는 구조라 매니저의 운용 역량을 발휘하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도 “현재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이 낮은 만큼 수익률이 점차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