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첫날부터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재협상을 선언하고 200일 이내에 탈퇴 여부를 검토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나프타 회원국인 멕시코에 진출한 한국기업에 비상이 걸렸다.

멕시코에 생산공장을 설립한 기아차를 비롯한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은 콘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본사와 함께 나프타 향후 정책 방향이 어떻게 전개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대응전략 수립에 분주한 모습이다.

저렴한 인건비 등 투자 환경이 유리한 데다가 나프타의 혜택인 무관세로 미국과 캐나다에 수출할 수 있는 이점을 활용해 멕시코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은 나프타가 개정되거나 폐기될 경우 타격이 불가피하다. 나프타는 미국, 캐나다, 멕시코 등 북미 3국이 무관세 등 광범위한 자유무역을 추진하기 위해 1992년 체결한 협정으로 1994년부터 발효됐다. 멕시코에 진출한 국내 자동차ㆍ전자 업종 기업들의 대부분은 생산물량의 70% 이상을 미국 등 북미로 수출하고 있다.

트럼프의 나프타 변화 정책에 가장 예민하게 관심을 기울이는 곳은 기아차다. 기아차는 누에보 레온 주 페스케리아 시에 현지 공장을 설립하고 올해 5월부터 준중형차 K3(현지명 포르테) 생산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갔다. 부품 협력사 10여 곳도 멕시코에 동반 진출했다.

기아차는 멕시코 공장의 생산량 중 20%는 현지에서 판매하고 나머지 80%는 미주 지역을 중심으로 전 세계 80여 국가에 수출할 예정이다. 내년부터는 60%를 미국 등지에 수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기아차는 멕시코 공장 준공을 계기로 북미와 중남미 다수 국가에 무관세 판매가 가능해진 점을 적극적으로 활용, 중남미 시장에서의 판매 확대와 함께 북미 시장에 대한 공세를 강화할 방침이었다.

멕시코는 나프타를 비롯해 일본, 유럽 등 49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최적의 자동차 수출 전략기지라는 평가를 받는 곳이기 때문이다.


기아차는 연말까지 멕시코 공장에서 K3 10만대를 생산하고, 앞으로 연간 40만대까지 생산량을 늘려나갈 참이었지만 트럼프의 당선으로 나프타 재협상ㆍ폐기라는 복병을 만난 셈이다.

기아차는 트럼프의 나프타 재협상ㆍ폐기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검토하는 등 신중한 모습이다. 트럼프가 멕시코산 제품에 35%의 관세를 물리겠다는 트럼프의 공약이 현실화되려면 어떤 규정에 따라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하는지 살펴보면서 대응방안을 모색 중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현재 나프타 관련 규정을 살펴보고 있다”면서 “당장은 혼란스럽고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이지만 사실관계 등 기초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