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트럼프 시대, 신보호주의 파고 넘으려면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미국 대통령 당선은 결과의 의외성만큼 세계 경제에 몰고 올 파장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정권 인수과정을 거치면서 선거운동 기간에 내건 공약들이 다소 변경될 여지는 있다. 그럼에도 기본적으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비롯해 자유무역협정(FTA) 전면 재고 등을 통한 미국의 보호주의와 고립주의 추진은 그동안 국제사회가 쌓아온 자유무역 질서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평가다.

최근 들어 보호주의는 ‘자국시장보호’라는 대의적 명제하에 확산되고 있다. 지난 6월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을 계기로 유럽에서의 극우주의 부상은 단기적인 국내 성장을 위한 보호주의 정책 강화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도 지난 8월 미국산 철강에 48.5%라는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등 본격적인 자국시장 보호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주요 산업에서 ‘굴기(起)’를 추진해 산업 육성과 시장 보호를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의도다.

이처럼 세계적으로 몰아치는 신보호주의 파고를 넘을 한국의 대응전략은 무엇인가. 첫째, 단기적으로 요구되는 것은 급변하는 세계의 수입규제 동향을 철저히 모니터링하고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의 구축이다. KOTRA는 매년 비관세장벽 현황을 정보포털을 통해 전파하고 있으며 산업별 전문기관들도 해외 규제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들은 비관세장벽에 대한 이해도가 낮고 해외 조직망도 없는 경우가 많아 자체 대응이 쉽지 않다. 정부와 유관기관이 힘을 합해 기관별로 수집, 전파하고 있는 각종 비관세장벽 정보를 통합·제공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비관세장벽인 안전규격 등 해외인증 취득을 지원하기 위한 인프라도 확충해야 한다. 나라별로 서로 다른 인증제도를 충족하기에는 시험기관별 제공 서비스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둘째, 글로벌 통상규제가 강화되더라도 한국은 합리적인 개방국가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수입이 필수적인 제품은 수입하고, 전략분야에는 과감하게 투자진출을 확대하는 한편 적절한 표준·인증 등 규제 해소를 통해 통상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해야 할 것이다. 지난 3월 국제통화기금(IMF)은 ‘자유무역을 통한 생산성 향상’ 보고서에서 한국의 시장개방도가 18개 경제선진국 중 최하위 수준이지만, 추가 시장개방을 통해 4% 이상 높은 경제 생산성 제고도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한국이 좀 더 합리적인 개방국가로 거듭난다면 정부 차원에서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 확산을 막기 위한 국제공조에 적극 참여하면서 국제통상에서의 주도권을 쥘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보호주의 시대에도 존재하는 기회시장과 산업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트럼프의 등장으로 우리에게 기회가 될 수 있는 분야를 면밀히 조사해야 할 것이다. 일례로 트럼프 정부의 출범으로 미국에서는 약 1조달러의 인프라 개발이 추진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낙후된 도시지역을 재개발하고 고속도로, 공항, 터널 등을 건설해 수백만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목표다. 이와 관련한 한국 기업에는 좋은 기회가 아닐 수 없다. 또 주요국의 수입규제 타깃이 되고 있는 철강, 화학 대신 혁신제품과 산업 고도화로 보호무역을 극복하는 전략도 가능하다. 즉, 세계 최고 수준인 미국의 정보기술(IT), 인공지능, 의약 등 첨단 산업과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분야의 기술협력을 강화해 장기적으로 한국의 산업 고도화 및 수출산업 경쟁력을 제고할 기회로 삼는 것이다.

눈앞에 닥친 보호주의 파고는 우리 시야를 좁혀 부정적인 통상환경에만 가둬 놓을 수 있다. 이럴 때일수록 시야를 넓혀 새로운 기회와 정보를 찾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이를 통해 보호무역주의 파고를 넘어 생존전략을 다지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